中企 고금리 대출 1년새 10배…'돈잔치' 은행권에 "그만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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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고금리 대출 1년새 10배…'돈잔치' 은행권에 "그만 올려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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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넘는 高금리 대출 비중 2021년 3%→지난해 28.8%로 폭증
코로나로 대출 잔액 237조 불어나…3高에 숨막히는 경영부담
기준금리 또 오를 여지 있어…"은행 과도한 인상 자제해야" 목소리
中企 고금리 대출 1년새 10배…'돈잔치' 은행권에
中企 고금리 대출 1년새 10배…'돈잔치' 은행권에 "그만 올려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중소기업의 고(高)금리 대출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에서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물가·고환율에 고금리까지 소위 '3고(高)' 현상이 지속하며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모습이다.

당장 이번 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어 중소기업계는 은행권에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이 성과급과 퇴직금 등으로 '나홀로 돈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속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예대 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 축소와 취약차주 보호를 주문하고 나서 중소기업 대출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대출금리 가파른 상승 (PG)
대출금리 가파른 상승 (PG)

◇ 작년 11월엔 고금리 대출 비중 83.8%…14년만에 최고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28.8%로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무려 9.6배로 커진 것이다.

코로나 전인 2019년 8.6%에서 코로나 첫해인 2020년 3.5%로 뚝 떨어진 데 이어 2021년 3.0%로 소폭 더 떨어졌다가 지난해 30%에 육박하게 폭증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1월엔 83.8%까지 치솟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92.3%)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를 기록할 지경에 이르렀다. .

[표] 연도별 중소기업 대출금리 수준별 비중 (단위: %)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고금리 대출 비중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지난해 1월 5.4%에서 11월 83.8%까지 폭증했다가 12월에는 77.3%로 약간 줄어든 상태다.

반면에 저금리인 금리 3% 미만 대출 비중은 2021년 60.9%에서 지난해 11.9%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금융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다.

전체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도 지난해 12월 5.7%로 1년 전(3.37%)보다 1.7배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수치는 2012년 6월(5.81%) 이후 10년 6개월 만의 최고다.

대기업과 비교해도 중소기업 부담이 더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예금은행의 대기업 대출 중 금리 5% 이상 대출 비중은 18.9%로 전년(3.0%)보다 6.3배로 커졌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9.6배로 증가 폭이 더 컸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유가 (PG)
고물가ㆍ고금리ㆍ고유가 (PG)

◇ 중소기업계, 성과급·퇴직금 돈잔치 은행권에 곱지않은 시선

중소기업의 금융 부담은 단순히 금리 인상에서 그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대출 잔액이 급격한 상향 곡선을 그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53조4천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9년 말과 비교해 236조7천억원이나 급증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 증가액은 2019년 47조3천억원에서 코로나 첫해인 2020년에 87조9천억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1년에도 81조8천억원 늘었다. 지난해 67조원 늘어 증가 폭이 다소 축소됐지만 코로나 이전보다는 여전히 크다.

[표] 연도별 은행 기업 대출 잔액 추이 (단위: 조원)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당장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연 3.50%인 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결정하게 돼 금융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의 고용과 소비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한 것으로 나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오랜 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4.50~4.75%로 이미 한미 금리는 역전된 상태다.

또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지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다소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이처럼 3고 여파로 신음하는 중소기업계로선 수억대 퇴직금·성과급 등으로 소위 '돈잔치'를 벌이는 은행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수 없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은행권에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상경제민생회의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들은 복합 경제위기에서 매출이라도 늘어 부담을 상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출과 소비가 동시에 부진을 보이고 있어 돌파구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올해 10대 핵심 미션 중 하나로 '고금리로 인한 중소기업계 금융 애로 대응'을 선정해 놨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은행에 금리를 올려라 마라 할 순 없지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수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최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은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즉시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정책 방안을 검토하고 은행들과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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