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당, 화합 도외시하면 또 공천 내홍 휘말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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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여당, 화합 도외시하면 또 공천 내홍 휘말릴 수도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3.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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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참석하는 여당 새 지도부[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고위원회의 참석하는 여당 새 지도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대표는 9일 "이번 지도부 임무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내년 총선의 압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1분 1초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내년 총선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반드시 압승해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긴 국회를 되찾고 대한민국 미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도 했다. 취임 첫 메시지로 총선 승리와 현 정부의 성공을 강조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정치는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첫째, 둘째, 셋째도 민생"이라며 "정책 경영을 강화하고 민생을 챙기는 실천적 정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도 했지만, 방점은 총선 승리에 찍혀 있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인 169석을 차지하고 있어, 현 정부 출범 이후 제대로 된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입법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여당 대표 입장에서 내년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겠다는 결기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계 일색 지도부가 등장하면서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용산 공천', '비윤계 학살' 등의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8일 "오늘부터 공천 협박이 사실상 시작되고 민주정당의 건전한 경쟁과 비판의 목소리는 듣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가 총선을 말하면 그것은 공천과 직결된다는 것을 김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총선에 대비해 과감한 인재 발탁과 공정한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박'·'옥새 파동' 같은 공천 내홍으로 총선 패배의 기억을 가진 여당이다. 전당대회 기간에 총선을 말하는 것이야 선거운동 차원에서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당무 첫날 그의 말대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얘기'를 굳이 첫 메시지로 낼 필요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새 지도부에 선출된 친윤 성향의 최고위원들이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낸 것도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천아용인'으로 불린 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등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단 한 명도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한 이번 전대는 '당정 일체'를 바라는 당심의 반영이었고, 친윤 지도부는 엄연한 승자다. 그런데도 당선 다음 날 최고위원들이 방송에 출연해 '훌리건', '엄석대', '전략적 패착'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패자를 비난한 것은 승자답지 못했다. 이번 전대는 김기현 대표 등 친윤계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비주류도 47%의 지지를 받으면서 당내 통합을 숙제로 남겨 놨다. 다양성을 존중해 당의 화합과 단합을 끌어내는 것이 총선 승리의 첩경이라는 당 원로들의 조언을 새 지도부는 가볍게 넘기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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