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만평] 세상은 '요지경' '빙글빙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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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만평] 세상은 '요지경' '빙글빙글'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3.03.2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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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정상화 언급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3.21 (사진=연합뉴스)
한일관계 정상화 언급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일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3.3.21 (사진=연합뉴스)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 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요지경에 빠진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 지존으로 군림하던 시절 무명 배우였던 신신애 씨가 1993년에 불러 히트했던 '세상은 요지경' 노래 가사 일부다.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는 원곡이 따로 있다. '눈물젖은 두만강'으로 유명한 고 김정구 씨가 1939년에 불렀던 '세상은 빙글빙글'이라는 노래라고 한다.

당시에 이런 식의 풍자적이고 웃기는 노래들이 유행했다고 전해진다.

'세상이 요지경 같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착착 감기는 가사를 트로트에 접목시켰다.

여기에 무표정하고 진지한 표정의 신신애 막춤(일명 이판사판 춤)이 더해지면서 당대 가요판을 흔들었다.

30년이 지난 요즘도 1990년대처럼 제정신으로는 온전히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보니 이 노래 가사가 흥얼거려진다.

돈을 구하기 힘든 취약계층에게 정부가 긴급생계비 대출을 100만원 한도로 당일 지급해준단다. 이게 희소식일까.

어느 악덕 사채업자는 돈을 빌리려는 어려운 여성에게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면 30만원을 주겠다며 사람 눈에 피눈물 나게 한다.

우리나라 국민 상위 0.1%의 고소득자는 한해 33억원 벌었다는 뉴스는 자괴감까지 들게 한다.

일부 카드·보험사는 '성과급 잔치'로 직원 평균 연봉으로 1억원을 넘게 나눠줬다고 한다.

이게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의 대한민국인가.

공정한 것도 없고, 상식도 없는 요즘 세상은 요지경 속이 분명하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지만.

이게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며칠 전 오라고 하지도 않는 일본에 스스로 건너가 국익을 팔아 그 대접으로 오므라이스를 드시고 오셨다.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대통령이니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호구 잡힌 굴종외교를 하고 와서는 장장 23분간 국무회의를 TV로 생중계하며 떠들어댔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는 언젠가는 결단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맞다.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가 굴복하는 이런 방식은 분명 아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누가 못했을까.

윤 대통령은 답답했던지 한일관계와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 직접 설명하며 여론 설득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원고지 52매에 적어 그대로 읽어내려간 게 설득의 전부다.

도어스테핑이 중단되고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일까.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독도 영유권, 위안부 합의안,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대통령은 과거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며 미래를 이야기했다.

과거사를 송두리째 묵살하고 무슨 미래 타령.

아이러니하고 어이없게도 일본 언론들이 윤 대통령을 걱정해주는 메시지를 내놔 머리를 '빙글빙글' 돌게 한다.

그들은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요구라도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판을 깨라는 게 아니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면,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설명이라도 더 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요미우리신문에는 9개 면에 걸쳐 인터뷰했는데, 그 정성의 반이라도 국내에 쏟아야 했던 것 아닌가. 호텔 직원들 몇 명 박수 친 걸 '환대'라 포장하니, 측은하기조차 하다고 했다.

굴욕, 능욕의 대한민국은 어리둥절 요지경 속이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물의 날을 하루 앞둔 광주·전남은 50년 만의 최악가뭄 상황이다.

식수원인 주변 댐들의 저수량이 20%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물을 최대한 절약한다면 6월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요지경 세상 눈물 한 방울, 물 한 방울도 아까운 요지경 세상, 어찌 살아야 한단 말인가.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살아야 하는 수밖에.

세상살이가 누구나 근심 걱정 없이 살 수는 없겠지만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 위정자들이 어려운 서민을 위한 일들을 해야 하지 않나.

세금 뜯어다가 지네들 돈이라고 생각하는지, 즈그들만의 리그만 펼치고 있다.

정신 차려라, 알쏭달쏭 묘한 세상, 요지경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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