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국노총 노사정 대화 중단, 대화의 끈마저 놓아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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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한국노총 노사정 대화 중단, 대화의 끈마저 놓아선 안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6.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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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에서 열린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희망1길에서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3.6.7 (사진=연합뉴스)
광양에서 열린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
7일 오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희망1길에서 한국노총 긴급 투쟁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2023.6.7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이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했다. 이날 낮 전남 광양 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경사노위 참여 여부를 논의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탈퇴까지 할지 여부는 집행부에 위임했다. 경사노위는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발족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이듬해 민주노총이 탈퇴하면서 한국노총이 노동계를 대표해 참여해왔다. 노조와 정부 간 공식 대화 창구가 닫힌 것은 2016년 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저성과자 해고의 길을 열려는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노선이 경사노위 파행을 불렀다면 이번엔 한국노총 산별 노조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체포했는데, 그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이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다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쳤다. 경찰은 저항하는 또 다른 간부를 넘어트린 뒤 무릎으로 목을 누르고 수갑을 채웠다. 어떤 경우에도 공권력에 대한 폭력은 용납돼선 안 되고, 이는 법원이 김 사무처장의 영장을 발부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경찰도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세심하게 강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노총의 이번 대응은 경찰의 강제 진압에서 촉발됐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누적된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시선이 많다. 정부는 노조의 불법시위와 파업 행태에 법과 원칙을 내세워 엄정 대응으로 일관했고, 양대 노총은 여권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한 방편으로 노조를 폭력과 비리집단으로 매도한다며 반발해왔다. 양측은 지금 와서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소통 단절이 어느 한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노동개혁을 연금, 교육과 함께 3대 개혁과제로 삼는 윤석열 정부로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혁 작업이 구체적 성과를 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노동계의 도움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노동계 또한 노정 대화가 단절된 상태의 노동개혁이 친기업 편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묵과해선 안 될 것이다.

노사정이 합심해도 풀기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다. 당장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로,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하지만, 지난 4월 첫 전원회의 때부터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물가 폭등을 이유로 24.7%포인트 오른 1만2천원을 요구하는 데 반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며 사실상 동결을 원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가 걸린 최저임금 논의에서만큼은 대화 참여의 기조를 유지하기 바란다. 여권도 민주노총과 극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한 한국노총과도 등을 지는 것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노정간 '강대강' 대치 끝에 대화 창구가 닫혀버렸지만, 이것이 소통의 끈마저 끊어졌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노동계와 정부는 25년 전 국난 극복에 뜻을 함께한 경사노위의 초심을 되새겨보면서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나서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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