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윤 대통령 '수능 발언', 공교육 정상화 출발점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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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윤 대통령 '수능 발언', 공교육 정상화 출발점 되길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6.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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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2023.6.1 [사진공동취재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치러진 1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고 있다. 2023.6.1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 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면서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구체적 내용을 직접 언급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보고에는 수능 관련 부분도 없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이권 카르텔' 우려까지 제기하며 높은 수위로 언급한 것은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16일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나온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시험의 본질인 공정한 변별력은 갖추되 교과 과정을 성실히 공부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지나친 사교육 의존 상황은 어떻게든 해소해야 한다.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들이 1년간 학원이나 과외, 인터넷강의 등에 쓴 돈이 무려 26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1년 새 학생 수는 0.9% 줄었는데 사교육비는 오히려 10.8%나 늘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수업 결손 등을 감안하더라도 급격한 증가세다.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하면 월평균 41만원, 사교육에 참여한 78.3%만으로 한정하면 52만4천원이다. 서민층은 물론 중산층도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학교 교육의 보조 역할에 그쳐야 할 입시 산업이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성장 산업으로 부상한 현실은 공교육의 철저한 실패를 상징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교육비는 기록적인 출산율 저하와 이에 따른 인구 감소, 부의 대물림, 노인 빈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회 문제까지 야기하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교육 개혁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정부도 교육 분야를 연금, 노동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교육 분야의 얽힌 실타래를 공교육 정상화에서부터 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과도한 사교육 의존을 부채질하는 입시 환경의 개선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옳은 방향이다. 이 부총리도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면서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도록 출제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안을 설익은 채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벌써 올해 입시가 '물 수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위권 학생들의 정시 지원이 대혼란을 겪을 것이며, 재수생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시보다는 수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있다. 입시 문제는 고차 방정식이어서 쾌도난마식 해결이 쉽지 않다. 사교육업계에서는 '정부에 정책이 있다면 학원에는 대책이 있다'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교육 전문가들과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완결성 높은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입시 제도를 수시로 바꾸면서 매번 교육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었으나 결국 공염불에 그친 것은 문제의 근원이 교실이 아닌 사회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학벌주의와 무한 경쟁의 사회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포괄적 국가 비전도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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