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의료현장 혼란 지속해선 안돼…대화로 해법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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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의료현장 혼란 지속해선 안돼…대화로 해법 찾기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7.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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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 집회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13 (사진=연합뉴스)
우중 집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13 (사진=연합뉴스)

간호사를 비롯한 다양한 직역의 의료 종사자들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 노조는 파업의 기한을 '무기한'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날부터 이틀간 '투쟁'에 집중할 방침이다.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에 벌이는 대규모 파업이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전국 140개 의료기관에서 약 4만5천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노조는 필수 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하고 응급대기반을 가동하기도 했지만 일부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을 피하지 못했고 시민들의 불편도 적잖았다.

노조 측은 의료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부터 사측과 교섭했지만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노조는 "사용자 측이 제도 개선과 비용 지원 등 정부 핑계를 대며 불성실 교섭을 했고, 정부는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면서 교섭 타결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 9월에도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파업 직전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된 바 있다. 당시의 '9·2 노정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의료인 처우 개선 등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정부는 이번 파업이 '정치파업'이라면서 "법적인 검토를 면밀히 거쳐서 필요하다면 업무 복귀 명령까지도 검토하겠다"(박민수 복지부 2차관)며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의료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간호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17년째 3천58명으로 동결되다 보니 병원에선 의사가 부족하고 기피 진료과는 전공의도 없으니 결국 간호사에게 업무가 몰리는 현실이 여전하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간호사가 하루에 담당하는 입원환자 수는 선진국이 약 5명 수준인 데 비해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약 16.3명, 중소병원은 약 43.6명에 이른다. 간호사는 절대 인원도 부족하지만, 이직률이 14.5%(2021년 정부 발표)로 다른 산업군 5.3%의 3배에 달한다. 숙련 간호사는 확보하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제2차 간호인력지원종합대책'에서 대형병원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5명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대책 추진 속도를 두고 양측의 생각이 크게 갈린다. 노조 측은 신속한 추진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재정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를 위한 절차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장 건강보험료 인상 같은 문제는 단시일에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조 측이 파업의 명분으로 내건 주장에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의료인이 환자 곁을 떠나는 일은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날 우려했던 대규모 진료 차질이나 수술 지연 사태는 다행히 없었다고 한다. 파업 돌입에 앞서 예정된 수술 일정을 모두 미루고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조처를 해서일 것이다. 파업이 길어진다면 상황은 순식간에 악화할 수 있다. 정부도 의료현장의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력 충원이 금방 어렵다면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노조 측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현실적인 개선안을 두고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진지하게 대화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더는 환자가 병원 밖으로 내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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