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추락하는 교권…교사·학생 인권 공존의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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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추락하는 교권…교사·학생 인권 공존의 해법 찾아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7.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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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일이 또 벌어졌다. 서울의 한 공립 초등학교 6학년 담임 교사인 A씨는 지난달 30일 분노 조절 등의 문제로 매일 한 시간씩 특수반 수업을 듣는 B군으로부터 얼굴과 몸에 수십 차례 주먹질과 발길질을 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자의 폭행으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데다 이 장면을 같은 반 학생들까지 목격했다고 하니 A 교사가 느꼈을 수치심과 참담함은 미뤄 짐작이 간다. A 교사는 상담 수업 대신 체육 수업에 가겠다고 하는 B군을 설득하다 이런 봉변을 겪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최근 들어 제자가 선생님을 폭행하는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 기준으로 최근 6년간(2017∼2022년) 교원 상해·폭행은 1천249건에 달했는데 이 중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경우는 2018년 165건에서 2022년 347건으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많아졌다.

교사가 학생·학부모로부터 존경받기는커녕 모욕·폭행에 노출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교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교총이 지난 5월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원 6천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직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3.6%,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20.0%에 그쳤다. 두 항목 모두 조사 시작 이후 최저치이다. 정년퇴직보다 명예퇴직을 선택하는 교사도 갈수록 늘고 있다. 급여 등 처우에 대한 불만과 과도한 행정 업무도 한몫했겠지만, 근본적으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어렵게 된 현실이 선생님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지난 18일에는 서울의 다른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던 젊은 신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실관계는 확인해봐야겠으나 이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도 일부에서 제기된다고 한다. 교육 당국과 경찰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혀내길 바란다.

교권 침해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학교장과 교원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과 학칙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에서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 면책권을 주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교권 침해 관련 소송 87건 중 아동학대를 이유로 소가 제기된 경우가 절반 이상인 44건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을 부추긴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2010년 경기도를 시작으로 현재 서울, 인천, 광주, 충남, 전북, 제주 등 7개 광역시·도 교육청이 시행 중이다. 서울시 의회에는 폐지 조례안이 발의됐고 충남에서는 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 서명부 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른 곳에서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학생 인권침해 사례는 여전히 매년 수백건씩 보고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밀하게 규율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엔 인권이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도 폐지 움직임에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교사와 학생의 인권 가운데 어느 것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 둘 모두를 보호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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