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가 현안 쌓였는데 '네 탓 공방'으로 국회 파행시킨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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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가 현안 쌓였는데 '네 탓 공방'으로 국회 파행시킨 여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8.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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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여당 의원석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되고 있다. 2023.8.16 (사진=연합뉴스)
텅 빈 여당 의원석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가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진행되고 있다. 2023.8.16 (사진=연합뉴스)

8월 임시국회가 첫날부터 파행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부실 운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묻지마 흉기 난동' 등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현안 질의를 할 예정이었으나 여당 의원과 정부 관계자가 불참함에 따라 의사진행발언만 들은 뒤 산회했다. 여야는 당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영환 충북지사 등을 부르기로 합의했으나 국민의힘이 이틀 전 추가로 김관영 전북지사의 출석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가 잼버리 대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반드시 출석시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전가용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엉망진창이 된 국제 행사, 인재 성격이 짙은 폭우 피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이상 동기 범죄 등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적 중대 현안이다. 하루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네 탓'만 하면서 허송세월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어쩌면 이런 정치권의 행태가 최근 불거진 여러 문제의 근본 원인일지도 모른다.

국회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여당에 있다.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김 지사를 불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이미 합의한 의사일정을 뒤엎을 정도의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잼버리 대회 유치 과정, 부지 선정, 기반 시설 공사, 운영 등의 문제 전반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은 별도로 가질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대회가 열린 전북도,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안부는 물론 총리실 관계자들까지 출석시켜야 한다. 잼버리 사태의 책임을 전 정부나 전북도 탓으로만 돌리는 듯한 태도도 문제다. 현 정부가 집권한 지도 벌써 1년3개월이나 지났다. 대회 후보지로 새만금을 낙점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이고, 유치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이다. 현 정부의 몫은 국가와 정부의 연속성 측면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민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이 장관에게 잼버리 대회에 관해 질의할 생각이었다면 김 지사 또한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동 조직위원장 5명 중 3명이 현직 장관이라고 하나 민주당 의원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실무를 총괄한 김 지사 또한 민주당 소속이다. 더구나 대회를 준비한 6년 중 5년은 민주당 집권 기간이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정부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국회 파행을 유도했다고 여기는 듯한데 그렇다면 김 지사 출석을 수용해 정면 돌파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민주당 또한 야당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파행을 감수한 것 아닌가. 대다수 국민은 국가적 자존심에 상처를 준 이번 잼버리 사태의 원인이 무엇이고,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잼버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 중 단 한명이라도 행사 준비를 처음부터 끝까지 성심성의껏 들여다봤다면 이런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여야는 어느 쪽이든 먼저 용기를 내 '내 탓'이라고 고백하면 국민의 싸늘한 시선이 그 반대편을 향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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