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잇단 교사들의 비극, 관련법 국회 처리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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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잇단 교사들의 비극, 관련법 국회 처리 속도 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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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공간에 늘어선 근조화환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가 재직하던 유성구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근조화환이 길게 늘어서 있다. 2023.9.9 (사진=연합뉴스) 

교권 보호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교사 두 명이 또 세상을 등졌다. 지난 5일 자택에서 다친 상태로 발견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7일 사망했고, 같은 날 청주에서도 한 교사가 아파트 단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대전의 40대 교사는 수년 동안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 우울증 약까지 먹었고, 자신의 사례를 초등교사 노조에 제보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교육부가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6∼2021년 재직 중 사망한 교사 687명 가운데 11%인 76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가운데 극단 선택의 비율(4.2%)과 비교하면 근 세 배다. 많은 교사가 교권 추락, 악성 민원, 과도한 업무 등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시스템도 미비하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정부가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교사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는 것은 오랜 기간 누적된 교사들의 무력감을 단번에 해소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교사들은 '집단 트라우마'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녹색병원은 전국 유·초·중·고 교사 3천505명을 대상으로 직무 관련 마음 건강 실태조사를 한 결과 24.9%가 경도 우울 증상을, 38.3%는 심한 우울 증상을 보였다고 최근 공개했다.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심한 우울 증상 유병률이 8∼10%였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비율도 일반인보다 최대 5.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이 겪는 마음의 병은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성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비극이 잇따르자 정부는 8일 교사의 마음 건강 회복을 위해 전담팀을 만들어 진단에서 상담, 치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도 각 시도 교육청에는 교원치유지원센터가 설치돼 있다. 문제는 지난해 기준으로 교사 수는 약 50만명인데 상담사는 26명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급하게 대책만 내놓고 예산과 인력 지원에 소홀하면 실패를 반복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말보다 필요한 것은 강력한 정책 의지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교사들이 다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교육위원회 소관 '교권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아동학대처벌법,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아동복지법 등의 개정이 논의되고 있으나 몇몇 쟁점에 가로막혀 논의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학생부 기재 여부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교권 침해 예방 효과, 학교 폭력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재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학교 폭력이 학생부 기재 이후에도 줄지 않았고, 학생부 기재를 막기 위한 소송이 빈발해 오히려 교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양쪽 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주장인 만큼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속도 또한 중요하다. 지지부진한 논의에 좌절하는 교사들의 비극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여야는 교권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고 동시에 학생 인권도 소홀히 하지 않는 합리적 균형점을 신속히 마련해 합의한 대로 오는 21일 본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을 반드시 처리해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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