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가통계 조작 의혹' 논란, 수사로 정확한 진실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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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가통계 조작 의혹' 논란, 수사로 정확한 진실 밝혀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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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주택·소득·고용 등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관련 발표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3.9.15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당시 집값 등 주요 국가통계 작성과 관련된 통계 조작 의혹으로 감사원이 15일 전 정부 고위직 등 22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대상에는 문 정부 당시 정책실장 4명(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이 모두 들어갔고,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포함됐다. 감사원은 "청와대(대통령비서실)와 국토부 등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을 압박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 서술 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게 했고, 집값 변동률 주중치가 전주보다 높게 나올 때면 현장점검을 지시하거나 '세부 근거를 내라'고 요구하는 등 부동산원에 직접적인 압박이 가해졌다. 작성 중인 통계를 공표 전에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서울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2019년 6월 이후, 국토부는 부동산원 원장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부동산원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고 했다.

감사원은 전임 정부에서 소득, 고용 관련 통계에도 청와대가 개입한 왜곡·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관련 지표에 청와대 관심이 큰 상황에서 2017년 2분기에 가계소득이 감소로 전환하자 통계청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취업자가중값'을 임의로 주면서 가계소득이 증가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소득 분배지표인 '소득5분위 배율' 계산에서도 이 같은 조작이 일어났다고 한다. 감사원은 "2017년 1∼4분기 소득5분위 배율은 계속 악화했는데도 개선된 것처럼 공표했다"며 "청와대 등은 오히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했다"고 밝혔다.

'미친 집값'과 소득·고용과 관련한 실책을 감추기 위해 국가통계에 손을 댔다는 논란은 문재인 정부 당시부터 제기됐다. 실제 부동산 통계의 경우 2017년 5월 이후 5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을 한국부동산원은 19.5%로 집계했지만 KB부동산이 계산한 상승률은 62.2%에 달할 정도로 괴리가 컸다. 부동산값 폭등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수치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법하다. 감사원 조사 결과처럼 국가통계에 손을 댔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이다. 객관적인 사실과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제대로 된 대처가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감사원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며 "이번 결과 발표의 실체는 전 정부의 통계 조작이 아니라 현 정부의 감사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가계동향 조사방식 개선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는 반론도 그간 있어 왔다.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로 진위가 규명돼야 한다. 통계법은 '통계는 각종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공공자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통계는 정확성·시의성·일관성 및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방법에 따라 작성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통계의 정확하고 객관적인 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미일 것이다. 이번 계기로 정권과 관계없이 작위적으로 누구도 통계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수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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