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입시학원-수능출제 교사 '검은 카르텔', 철저히 차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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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입시학원-수능출제 교사 '검은 카르텔', 철저히 차단하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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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 출제에 참여한 교사 24명이 유명 학원 등에 문제를 판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이들 교사 중 4명을 고소하고, 22명(2명 중복)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 부조리 범정부대응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과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고소 조치가 결정된 교사 4명은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긴 채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능·모평 출제위원은 최근 3년간 판매된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그러나 이들은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사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출제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중 3명은 수능과 모평 출제에 모두 참여했다.

현직 교사들과 사교육 업체 간 유착 의혹이 더욱 짙어지면서 파문이 커진다. 교육부는 지난달 사교육 업체와 연계된 영리 행위를 한 현직 교사들을 상대로 자진신고를 받았다. 당시 영리 행위를 신고한 교사는 322명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들 교사의 명단을 2017학년도 이후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자 명단과 비교해 중복되는 24명을 이번에 적발했다.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뒤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은 청탁금지법(금품수수 금지) 등 혐의로 수사의뢰됐다. 수능 출제 교사는 출제기간 인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할 의무가 있는데 사교육 업체와의 연계 사실이 적발되면서 범법 행위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고 혐의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중한 사법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적발된 교사들 가운데 사교육업체로부터 무려 5억원 가까운 거액을 받은 사례도 파악됐다.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도 다수 적발됐다. 금품을 받은 교사가 수능·모평 출제에 5~6차례 관여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을 구성할 때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이력이 있는 교사를 철저히 배제한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관련 대책이 미봉책에 그쳐선 안 될 일이다. 사교육 업체와의 유착 의혹은 모평·수능의 공정성, 신뢰성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다. 수능·모평 출제 절차와 과정 전반에 걸쳐 투명성 제고를 위한 대책을 검토하면서 '사교육 카르텔' 유착 의혹을 사전 차단할 특단의 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사들인 사교육업체 21곳도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 중에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유명 입시업체도 포함돼 있다. 또한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만드는 사교육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해당 업체에서 당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배정된 요원이 국어 영역 모의고사 지문 작성 등에 관여한 사실도 일부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고소 또는 수사의뢰키로 한 조치는 자진신고한 사람들에 한정돼 있다. 관련 위법 행위가 만연해 있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교육 입시 시장에서 벌어지는 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공교육 체계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대안 마련에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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