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체포안 가결에 원내지도부 총사퇴…민주, 대혼돈 속 분열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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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체포안 가결에 원내지도부 총사퇴…민주, 대혼돈 속 분열 가속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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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총력 부결 호소에도 반란표 결집…친명·비명 간 계파 갈등 더욱 심화
구속 시 '이재명 지도체제' 붕괴 위기…영장 기각돼도 정치적 입지 축소될 듯
심각해진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예상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9.21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민주당이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했고 조정식 사무총장이 사의를 밝히는 등 지도부에서부터 공백이 생기며 후폭풍이 시작됐다.

이미 '심리적 분당(分黨) 상태'란 말이 나올 정도로 극심했던 당내 계파 갈등은 이 대표가 지난달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하면서 잠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장기간 단식에 이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고조되면서 친명(친이명계)계를 중심으로 '체포안 부결' 기대감도 커졌다.

'방탄 정당' 우려에도 내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체포안 부결로 당의 분열을 막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관측이 친명계를 중심으로 퍼졌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혐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부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표결 당일인 이날 자신을 찾아온 박 원내대표와 '통합적 당 운영을 위한 기구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박 원내대표는 이를 담보로 의총에서 의원들에게 부결을 거듭 요청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설득을 위한 최후의 카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노력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결국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 아래 비명계가 결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픽]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로써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게 됐다.
국회는 21일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아슬아슬 부결'로 결론이 난 1차 체포동의안 때보다 비명계는 더욱 똘똘 뭉친 모습이었다.

지난 2월 1차 체포동의안 표결 때는 '가'가 139표로 가결 정족수에 10표가 모자랐으나 이번 표결에선 149표의 찬성표가 나와 가결정족수(148표)를 충족했다.

이 대표가 전날 직접 부결을 호소한 것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해 이탈표가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했으나 이 약속을 번복해 비명계뿐 아니라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까지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친명계와 비명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사실상 전면전에 돌입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본회의 후 한 차례 정회하는 등의 진통 끝에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끝난 의원총회에서는 현 상황에 대한 책임론뿐 아니라 계파 간 진단과 해법이 엇갈리며 고성으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원총회에서는 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원내대표가 지도부 일원으로 부결 투표를 요청했지만, 그에 맞는 결론이 맺어지지 않은 데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사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조정식 사무총장 역시 본회의 후 사의를 밝혔으나, 이를 보고받은 이 대표는 사의 수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사무총장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당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응급조치로 보이지만, 계파 간 갈등은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비명계는 원내지도부만 물러난 채 이 대표 등 지도부가 자리를 지키는 것은 결국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원내대표만 '꼬리 자르기' 식으로 쳐내고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태인 만큼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온 원내대표와 대화하는 이재명 대표
2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은 박광온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2023.9.21 [국회사진기자단] 

반면, 친명계는 대거 이탈표로 이 대표를 궁지에 몬 비명계를 상대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태세다.

친명계가 다수인 최고위원회는 의원총회 후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발표한 입장을 통해 "당이 검찰의 영장 청구를 부당한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는데도 체포동의안에 가결 투표를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고위는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고 이 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상 현 지도부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현 위기를 수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로 인해 비명계는 더욱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혼란의 중대한 변곡점은 내주로 예상되는 법원의 이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다.

만약, 영장실질심사 결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이재명 체제'는 비명계의 사퇴 압박 속에 그야말로 붕괴 위기에 직면할 전망이다.

반대로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가 극적으로 기사회생해 당내 수습에 진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대거 이탈표라는 정치적 타격으로 인해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기에 당내 입지가 예전만 못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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