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체포안 가결 후폭풍 휩싸인 민주당, 조속한 내분수습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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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체포안 가결 후폭풍 휩싸인 민주당, 조속한 내분수습 나서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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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분위기의 민주당
2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9.22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극심한 내분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부결을 독려해온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지도부가 공백에 빠진 가운데 사태의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비이재명)계를 인신공격하며 보복 응징을 벼르고 있는 반면, 비명계 내에선 이재명 체제에 대한 불신임을 기정사실화하며 새 지도부 구성을 압박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부결은 방탄, 가결은 분열"이라고 했던 박광온 원내대표의 예상대로 그 충격파와 후폭풍은 역시 크고 거센 모습이다. 이미 심리적 분당 상태에 돌입한 느낌마저 준다.

과반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조속한 수습이 민주당의 당면 과제다. 그런데 그 수습의 주체와 방향이 분명치 않다. 오히려 총선을 반년 앞두고 당의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헤게모니 다툼만 가열되는 모습이다. 더구나 당 지도부가 '비명계 때리기'를 주도하며 내홍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비명계를 겨냥, "당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용납할 수 없는 해당 행위이니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서은숙 최고위원도 '배신', '협잡', '암적 존재'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날 선 비난에 동참했다. 예상 밖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준 충격을 감안하더라도, 지도부가 이런 식의 공격에 앞장서는 것이 당 수습에 도움 될 리 만무하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옥중 공천'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당권을 사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이날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사실상 요구했고, 김종민 의원도 현 지도부를 배제한 혼란 수습을 주장했다. 민주당 내분과 맞물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도를 넘어선 '팬덤정치'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어제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분노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 국회로 몰려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누리꾼이 비명계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 1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라이플(소총)을 준비해야겠다"는 등 테러를 암시하는 글을 써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매우 심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방탄 프레임'을 걷어낼 기회를 맞은 민주당으로서는 이 대표의 사법처리 결과와는 별개로 내분을 어떻게 질서 있고 책임 있게 수습하느냐가 당의 건강성과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있어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의 사법적 처리 결과와 당의 진로를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도 이제 강성 지지층을 다독이면서 체포동의안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영장심사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을 26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몸을 추스른 뒤 법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준비를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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