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생 위기속 식물국회 우려, 여야 하루빨리 정치복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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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민생 위기속 식물국회 우려, 여야 하루빨리 정치복원하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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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틀 뒤인 지난 23일 비이재명계인 송갑석 최고위원이 사퇴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송 의원이 책임을 느낀다며 물러나겠다고 하자 이 대표가 고민 끝에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에 이어 송 의원이 퇴진하고 친문재인계인 고민정 최고위원도 거취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친이재명계의 핵심인 조정식 사무총장의 사의는 사실상 반려되면서 이 대표의 지도부 장악력은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도부에서 책임져야 할 주류는 그대로 남았고, 일부는 반란파 색출 운운하며 비주류에 대놓고 출당을 겁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 대표를 지지하는 40대 남성이 비명계 의원 14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온라인에 총격 살인 예고 글을 올렸다가 검거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 대표는 법원이 26일 오전으로 지정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 대표는 영장심사 준비 못지않게 극렬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태에 제동을 걸고 정당 민주주의 회복에 주어진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치 실종은 비단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체포동의안 가결의 후폭풍이 국회를 덮쳐 의회 기능 마비로 이어졌다. 25일 예정된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 표결이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다.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현실이 된 것이다. 민주당이 26일 새 원내대표를 선출할 예정이지만, 곧바로 여야 협상 속개로 연결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그날 이 대표 영장실질심사 결과에 따라 민주당 내홍은 물론, 방송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국이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지만, 국회 본회의에는 국민이 조속한 처리를 원하고 여야 간 이견이 없는 많은 민생 법안이 상정돼 있다. 여기엔 중대범죄 피의자 얼굴 등 신상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이른바 '머그샷 공개법'과 미등록 영아 문제를 해결할 보호출산특별법이 포함돼 있다. 연내 입법을 목표로 한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과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도 시급성을 요구하는 사안이다.

대내외 악재 속출로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예고로 국내 가계 부채 증가 등 금융 부실이 우려된다. 유가 급등은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 경제뿐 아니라 안보 등 정치권이 뜻을 모아도 풀기 어려운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정치권의 관심은 여야 할 것 없이 온통 총선에 쏠리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내홍에 빠진 것도 결국 내년 총선 공천을 겨냥한 밥그릇 싸움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당 내부 자리다툼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경제가 어려워진 이때 국민들은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여야는 하루빨리 정치복원에 나서 민생을 돌보는 데 본연의 역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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