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기각] 검찰, 2년간 총력전에도 구속 실패…수사동력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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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영장기각] 검찰, 2년간 총력전에도 구속 실패…수사동력 타격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2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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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수사 표류 가능성…야권, 지휘부 책임론 등 비판 강화 전망
불구속 기소 전망 우세 속 영장 재청구 가능성도…수사팀 재편 변수
영장심사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9.26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는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2년간 '표적 수사'라는 반발을 무릅쓰고 이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음에도 법원의 첫 잠정 판단에서 판정패를 당함에 따라 남은 수사의 동력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1천500여쪽 분량의 의견서와 이 대표가 직접 서명한 공문서 등을 제시해가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주요 혐의인 배임 및 뇌물죄는 확보한 증거들만으로 범죄 혐의가 개연성 있을 정도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1차 판단을 내린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 조건인 '혐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은 만큼 야권에서는 '정치탄압 수사이자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1년 반 동안 400차례에 달하는 압수수색을 벌이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압박·회유했는데도 뚜렷한 물증을 찾지 못한 채 정황만으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며 검찰 지휘부 책임론을 꺼내 드는 등 압박 수위를 한껏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현동 의혹에 대해 이 대표의 관여를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부분은 검찰이 그나마 치명타를 피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장 기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검찰 입장에선 일단 이 대표의 혐의 사실관계를 촘촘하게 보강해 재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성남FC 사건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국회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자동 기각되자 약 한 달 뒤 이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번에도 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해 혐의 사실을 보완한 뒤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검찰 정기 인사로 수사팀이 재편된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백현동 사건으로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은 지난 25일자로 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으로 이동했고, 함께 대장동 본류 수사를 맡았던 강백신 전 반부패수사3부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새 수사팀이 수사 기록을 전면 재검토해 증거관계를 보강한 뒤 정기국회가 끝나는 12월9일 이후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국회에 체포동의안 부결 투표를 요청하면서 "앞으로도 비회기에 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표결 없이 얼마든지 영장심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진상 '법정으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428억 약속·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9.19 [공동취재] 

이 대표를 겨냥한 잔여 수사는 동력을 잃고 당분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민간업자 김만배 씨 등이 더욱 입을 굳게 다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인 '428억원 약정' 의혹은 미궁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인 천화동인 1호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의혹으로, 이 대표가 428억원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민간업자들에 대장동 개발 사업의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천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 의심이다.

하지만 김씨가 428억원이 자신의 것이라고 줄곧 주장하고, 이 대표에게 약정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지목된 정 전 실장이 진술하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백현동 개발 사건에서 배임 동기로 의심하는 이 대표의 경제적 이익 부분 수사도 어려울 수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대관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백현동 민간업자 정바울 씨에게 이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200억원을 주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한 각종 인허가 사항,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 있다. 200억원 중 50%는 이 대표와 정진상에게 돌아갈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적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정자동 호텔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이다.

시행사인 베지츠종합개발이 2015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시유지에 관광호텔을 지으면서 성남시로부터 용도변경, 대부료 감면 등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대장동·백현동 사건과 닮은 꼴이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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