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산다] 그곳에 사는, 그들이 전하는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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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산다] 그곳에 사는, 그들이 전하는 한 목소리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9.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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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방인가?…"스스로 주도하는 일과 삶"·"다양한 기회 열려"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안 돼", "인간관계 갈등은 매한가지" 조언도
지방에 산다 연재를 채워준 사람들
[본인 제공·연합뉴스 사진]

'지방에 산다'는 인구소멸을 걱정하는 지금의 시대에 지방에서 터전을 일군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기존의 귀농·귀촌 성공담과 구별 짓고자 연재에 등장한 모든 이들에게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선택한 까닭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던졌다.

저마다 경로는 달랐지만, 답변을 찾아낸 이들은 지방 살이를 통해 스스로 주도하는 일과 삶을 이뤄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서 장성으로 이주한 문인석·홍서연 부부는 "세 아이를 낳았고, 치열한 일상을 벗어난 여유도 갖게 됐다. 성냥갑 속의 성냥개비처럼 살았다면 이루지 못했을 꿈"이라며 대도시 생활과 맞바꾼 결실로 일상의 기쁨을 소개했다.

아버지의 대를 이어 친환경 유기농 쌀을 생산하는 보성의 강선아 씨는 "시골의 시계는 도시보다 느리게 흘러간다"며 도시에서 누리기 어려운 일과 삶의 균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광주 동구 충장로에 책방을 연 한채원·박수민 씨는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고달픔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대도시에서의 지난 애환을 떠올렸다.

지방에 산다 연재를 채워준 사람들
[본인 제공·연합뉴스 사진]

지방에 감춰진 보석은 고즈넉한 여유만이 아니었다.

현지 사람들조차 몰라봤던 가능성에서 기회를 발굴한 역발상은 이방인의 눈에 되레 잘 발견됐다.

전국을 뒤진 끝에 해남 땅끝마을 시골 한옥을 '워케이션'으로 가꾼 김지영 씨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얼마나 큰 자산을 가졌는지 모르더라"며 자신의 깨달음을 전했다.

순천에서 마을 책방을 운영하는 김주은 씨도 "나만의 속도로 고유한 영역을 만들고 싶다면 지방만큼 좋은 곳이 없다"며 "기회를 잘 잡으면 지방에서 선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거들었다.

빅데이터 전문가에서 고향 목포의 해조류 개발자로 선회한 손영훈 씨는 "서울에서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틈새시장이 존재한다"며 지방의 강점을 내세웠다.

좌충우돌 정착기를 만들어간 이들은 막연한 기대만으로 지방 살이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일본까지 찾아가 2년 동안 농업 기술을 배워온 고흥의 박준호 씨는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서울이든 지방이든 얼마만큼 끈기 있게 성실히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간의 투자와 노력을 설명했다.

여수에서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박석순 씨는 "시설을 관리, 보수하고 꾸미는 데 기술과 돈이 필요하다. 정착 전 교육도 받으면서 노하우를 쌓고 필요한 돈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진의 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을 제조하는 제주 출신 이지희 씨는 "시골에서 먹고 살려면 지역 특성을 잘 파악해 자신이 할 일을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탐색 과정을 거치고 정착하기 전 짧은 기간이라도 직접 거주하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권했다.

지방에 산다 연재를 채워준 사람들
[본인 제공·연합뉴스 사진]

한적한 시골일지라도 인간관계에서 비롯하는 고민은 도시 못지않다.

도시와 다른 정서,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서 생겨난 갈등을 해소하는 여정에는 꾸준한 인내가 필요했다.

귀농인 양수정 씨는 "과도한 관심이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관심도 애정의 표현이었다"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곡성에서의 초창기를 회상했다.

미국과 스위스에서 회사원으로 살다가 여수의 농촌에서 3년째 생활 중인 서울 태생의 서영미 씨는 "우리는 원래 계시던 분들이 사는 곳에 온 손님"이라며 "우리가 맞추고 적응해야 한다. 주민들과 잘 지내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대한항공 기내잡지 '모닝캄' 편집장 등 작가로 활동하다가 구례에 정착한 정동묵 씨는 "집을 세준 주인이 먹거리를 준다든지, 집을 깨끗하게 쓰는지 살피려고 수시로 찾아오기도 하는데 오해가 없도록 명확하게 소통하는 것이 좋다"고 경험담을 나눴다.

7개월 동안 연재를 채워준 이들은 '지방은 정말 사라질까'라는 질문에도 하나의 맥락으로 통하는 답변을 남겼다.

첫 회를 열었던 광주의 독립큐레이터 이하영 씨는 30일 "미약하지만, 뭔가를 해내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지방에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흙이 맺어준 인연으로 아내와 함께 보성에 정착한 도예가 홍성일 씨는 "삶과 일의 터전을 분리하는 시대가 이미 열렸다.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몸은 시골에 머물며 도시에서 경제활동 하는 일상이 지금보다 더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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