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고향사랑기부금 265억원 모금…'어떻게 쓸까'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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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고향사랑기부금 265억원 모금…'어떻게 쓸까' 고심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0.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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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적립 후 내년 사용 계획…각 지자체 5천만∼73억원 편차 커
"취약층·주민 복지증진,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쓸 것"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포스터
[전북 순창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인이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고향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최대 500만원을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기부액 기준 최대 30%)을 받는 고향사랑기부제에 꾸준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 시행돼 8월까지 각 지자체에 답지한 기부금은 총 265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자체 대부분은 마땅한 사용처를 정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일단 기부금을 연말까지 적립하고 시민 아이디어 공모 등을 통해 적당한 활용처를 찾은 뒤 내년께나 집행할 계획이다.

◇ 총 기부액 265억원 추정…세종 5천만원·전남 73억원, 14배 차이

고향사랑기부금은 공개 의무가 없어 현재까지의 정확한 기부 액수를 알 수 없지만, 올해 1∼8월 모금된 금액은 총 265억원가량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광역 및 지방자치단체에 모금된 고향사랑기부금은 총 265억원, 기부자 수 13만8천여명 정도로 추산됐다.

시도별로는 전남 73억2천만원, 경북 43억3천만원, 전북 40억3천만원, 경남 30억5천만원, 강원 21억7천만원, 충북 13억원, 경기 8억5천만원, 충남 8억4천만원, 광주 7억7천만원, 제주 5억6천만원, 서울 3억8천만원, 대구 3억3천만원, 울산 3억1천만원, 부산 2억2천만원, 대전 1억8천만원, 인천 1억6천만원, 세종 5천만원 정도다.

지역별로 보면 세종이 5천만원으로 가장 적고, 전남이 73억여원으로 가장 많아 14배 이상 차이가 난다.

현재 등록된 주소지 지자체에는 기부할 수 없는 탓에 인구가 많은 서울, 부산 지역의 기부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타지역으로 출향민이 많은 시도의 기부액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농협중앙회, 설맞이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19일 서울역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캠페인'에서 참석자들과 시민들에게 우리 쌀로 만든 떡과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물을 전달하고 있다. 2023.1.19 [농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활용 계획 못 세운 지자체 '일단 적립' 후 내년께 집행 예정

대부분 지자체는 고항사랑기부금 금액이 적어 특정 사업 예산으로 활용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 기부금을 일단 적립한 후 내년께나 사용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고향사랑기부금이 일정 수준 이상 모일 때까지 기부금을 일단 예치해 둔다는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사업을 발굴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기금이 일정 금액 이상 쌓인 뒤에 사용처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천안시는 "기부금이 7천500만원에 불과해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기부금의 규모가 커지면 사용처를 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부금이 각각 7천839만원과 7천360만원인 충남 서천군과 서산시는 목적 사업용으로 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내년에 재논의하기로 했다.

충북 지자체들도 모금액이 많지 않아 사용처에 대한 아이디어를 먼저 받고 있다.

1억1천만원을 적립한 단양군은 당장 사용하지 않더라도 미리 용처를 정해놓자는 차원에서 국민 대상의 아이디어를 공모 중이다.

충주시(9천만원대)와 제천시(7천만원대) 역시 내년 이후 돈이 어느 정도 쌓이면 사용처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강원도도 사업계획을 정하지 못했고, 울산시와 인천시 등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기금사업을 공모하고 부서별로 사업 아이디어를 받을 예정이다.

경기도 연천군, 포천시, 고양시는 기부금이 각각 2천400만∼6천900만원으로 적어 내년 기부금을 보태 교육사업 등에 쓸 방침이다.

경북 예천군은 전 국민 대상의 아이디어로 공모된 작은 학교 살리기, 저소득층 어르신 치과 진료, 재해 주민 구호 등의 의견 가운데 연말까지 기부금 사용처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처럼 상당수 지자체가 기금사업 계획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기부금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하는 '고향사랑기부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 "뜻깊게 쓰자"…취약층 지원 등 공동체 활성화에 주력

고향사랑기부금은 법률에 따라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및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주민의 문화·예술·보건 증진, 시민참여와 자원봉사 등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을 목적으로 써야 한다. 주민 복리 증진에 필요한 사업 추진에도 쓸 수 있다.

각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기부금 운용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용처를 정해야 한다.

이에 일부 지자체가 현재까지 확정 또는 계획한 기부금 활용 방안은 다양하고 실용적이다.

경남 김해시는 기부금 1억8천400여만원의 사용 방안을 최근 확정했다.

초등·특수학교의 어린이보호구역에 반사형 스티커를 붙여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 경사로가 없는 곳에 휴대용 경사로를 설치해 교통 약자의 이동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문화가정 학생이 참여한 지역아동센터 합창단에 운영비를 후원하고, 기부자들을 초청하는 정기 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시는 2025년 4월 남구에 개관하는 대구 대표도서관에 '고향사랑서재' 코너를 만들어 도서를 비치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역 출신 작가 및 지역 출판사가 만든 서적 등 2천500여권을 비치해 지역 문화 창달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울산시 동구는 청년 노동자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임대하는 '청년 노동자 공유주택 조성사업'을 추진하며, 남구는 출산 장려를 위해 임신부나 예정 산모에게 파상풍·백일해·풍진 등의 예방 접종비를 줄 계획이다.

인천시와 10개 지자체는 이달 중 시민을 대상으로 기금사업을 공모해 다음 달 1억8천만원의 고향사랑기부금 사업을 정할 예정이다.

부산시는 내년부터 청년, 일자리, 복지와 관련한 체감도가 높은 사업을 시행해 시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계획이다.

광주 동구는 일제 강점기인 1935년 10월 최선진 선생이 세운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인 광주극장의 노후한 영사기와 조명 등 시스템, 좌석, 건물을 보수하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발달 장애인 야구단인 'ET(East Tigers)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도 고려 중이다.

전북 남원시는 인재 양성과 문화유산 복원에 쓸 예정인데, 중학생들을 위한 해외 영어 캠프와 학생 진로 체험 축제를 구상하고 있으며 남원성 북문과 읍성 터를 이르면 내년부터 복원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자원봉사자, 관광객, 도민이 제주 해안변을 걸으며 해양 쓰레기를 치우는 '해변보멍 줍깅 프로젝트'를 추진해 남방큰돌고래 같은 해양생물을 보호하고 청정한 바다를 지키는 분위기를 확산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고향사랑기부제 홍보 포스터
[제주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기부액 기대 밑돌아…한도액 상향 및 정부 차원 홍보 필요

경남 창원시가 올해 목표로 한 모금액은 총 3억원이지만, 지난달까지 모금액은 1억2천만원에 그쳤다.

올해가 불과 석 달가량 남은 현재 기준으로는 목표치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정이지만, 창원시는 연말정산 시기를 앞두고 고향사랑기부금이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처럼 상당수 지자체는 기금사업 계획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기부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기부금이 기대에 못미침에 따라 정부는 증액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와 기부자 관심을 높이기 위해 사용처를 지정해 기부하는 방안과 '고향사랑e음' 사이트(https://www.ilovegohyang.go.kr/) 이외의 민간 기부 플랫폼을 허용하도록 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올해 처음 시행하는 기부제라 홍보 부족과 법적 규제 등으로 예상보다 적립금이 부족한 지자체가 있다"면서 "기부제가 활성화하면 기부금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액을 1인당 1천만원으로 상향하는 한편 지정 기부제 도입, 민간 플랫폼을 이용한 기부 허용, 사적 모임에서도 기부제 홍보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일본도 고향사랑기부제가 성숙하는 데 7년이 걸린 만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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