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5대 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올해 부실채권 3.2조 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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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5대 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올해 부실채권 3.2조 털어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0.1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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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매각 규모, 작년 동기의 2배…가계대출 수요 축소 착시효과도
일부 은행 신규연체율 '역대 최고'…"중기·가계 부실 확대로 더 오를 것"
은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부실 대출이 급증하고 연체율이 뛰자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 부실 대출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을 통해 장부에서 털어냈다.

은행권은 이런 건전성 지표 관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가계의 연체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연체 증가 따라 4분기 상·매각 더 늘 것"…대출잔액 감소 효과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9월 3조2천201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조5천406억원)의 2배 이상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천711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식으로 처리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해 3분기만 보면,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매각됐다. 2분기(1조3천56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작년 3분기(5천501억원)의 1.83배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종료 등 영향으로 연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각·매각도 4분기 이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규모 상·매각이 이뤄지면 그만큼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만큼, 최근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인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과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월 말보다 각 4조9천억원, 2조4천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한 달 사이 2조원, 3조7천억원씩 줄었는데, 주요 원인으로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이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경우 명절 상여금 유입,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 요인으로 감소 폭이 1천억원에서 1조3천억원으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 대규모 상·매각에도 연체율 들썩…"중기 연체, 업종 안 가리고 늘어"

분기말 대규모 '부실 채권 털어내기'로 9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한 달 새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7%·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8월 말(평균 0.34%·가계 0.30%·기업 0.37%)보다 0.03%포인트(p) 낮지만, 작년 9월 말(평균 0.18%·가계 0.16%·기업 0.20%)보다는 0.13%p 높다.

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9%에서 0.26%로 0.03%p 하락했으나 1년 전(0.21%)과 비교하면 0.05%p 상승했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 평균은 0.09%로 전월과 같았다.

그러나 개별 은행 중에서는 신규 연체율이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아진 곳도 있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에서 각각 연체가 크게 발생한 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경기도 둔화하는 만큼 당분간 연체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화 긴축 지속,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증가, 코로나19 대유행 기저효과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으로 한계 차주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올해 초부터 중소법인 연체율이 늘기 시작하다가 최근에는 개인사업자·가계 연체도 늘고 있다"며 "중소기업 연체는 특정 기업이나 업종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위험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속적 연체율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한계기업 대상 업권별 현황, 유동성 상황을 고려한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충당금 적립, 취약 차주 지원을 위한 다각적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을 검토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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