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된 광주극장의 인디 음악공연…다큐 '버텨내고 존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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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된 광주극장의 인디 음악공연…다큐 '버텨내고 존재하기'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0.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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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최고은 기획·권철 연출…8개 팀 참여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 동구 충장로에 있는 광주극장은 일제강점기인 1935년 개관했다. 호남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이다.

일제강점기엔 창극단과 판소리 등의 공연으로 문화운동의 중심 역할을 했고, 해방 직후엔 백범 김구 선생의 강연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2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지정돼 지금도 예술영화를 상영한다.

많은 광주시민에게 이 극장은 추억의 장소다. 광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최고은도 이곳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2019년부터 자신과 가까운 음악인들을 광주로 불러 공연과 북 콘서트 등을 열어온 최고은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광주극장에서 음악인들의 온라인 라이브 공연을 열고 이것을 영화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렇게 탄생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버텨내고 존재하기'다. 인디 밴드의 음악을 영화화한 '라이브플래닛 시즌 2'(2011)의 권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버텨내고 존재하기'에는 김일두, 김사월, 곽푸른하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고상지·이자원, 정우, 아마도이자람밴드, 최고은·주소영 등 인디 음악인 8개 팀이 참여했다.

이들은 광주극장의 곳곳에서 공연을 펼친다. 김일두는 2층 복도에서 '뜨거운 불'을 부르고, 불나방쏘세지클럽은 상영관 객석에서 '악어떼'를 공연한다. 최고은·주소영은 영화 간판 그림을 제작하던 미술실에서 '축제'를 부른다.

이렇게 독특한 방식의 공연에는 "광주극장에 안 가본 사람에게도 한 번쯤 가본 것 같은 느낌을 주겠다"는 연출 의도가 깔렸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영화는 음악인들이 광주극장에서 한 인터뷰도 담고 있다. 이들은 음악과 영화, 인생에 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객들은 인디 음악인이 한데 모인 콘서트에 간 것 같은 느낌에 빠져든다.

1993년부터 광주극장에 걸린 영화 간판을 그린 박태규 화백의 인터뷰도 담겼다. 2000년대 들어 손으로 그린 영화 간판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는 지금도 광주극장에서 작업을 계속한다.

이 영화의 제목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시대의 변화에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광주극장의 모습을 가리킨다.

이곳에서 공연을 펼친 음악인들은 광주극장에 대해 "그동안 잘 버텨줘서 고맙다"며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 같다.

메시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획일성을 강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려고 분투하는 모든 사람에게로 향한다.

사람들이 요구하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찾고 있는 사람은 이 영화를 보면서 작은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권 감독은 "(영화 속) 김사월의 노래 가사처럼 '너의 하루를 살아줘, 그래 정말 잘했어'라는 이야기를 저 또한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버텨내고 존재하기'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버텨내고 존재하기'는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경쟁 부문에 초청돼 작품상을 받았다. 그해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에도 초청됐고, 올해 무주산골영화제에선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11월 1일 개봉. 64분. 전체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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