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안에 전문가들 "구체적 '숫자' 내놓고 공론화 부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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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안에 전문가들 "구체적 '숫자' 내놓고 공론화 부쳤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0.2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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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등장한 '보험료 차등 인상안'에 "실현 가능성 의문"
'기금 수익률 제고' 방안에는 "원한다고 수익률 높아지지 않아"
국민연금 개혁안 발표 마친 보건복지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 발표를 마친 뒤 굳은 표정을 지으며 회견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2023.10.27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7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또다시 '숫자' 등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빠진 것에 대해 비판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대부분 실현 가능성과 형평성 달성에 의문을 표했다.

재정 안정을 위해 제시된 수익률 제고 방안은 위험성과 통제 가능성 여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 국민연금 보험료율 차등 인상 추진 예시
2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방식에 대해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을 추진해나간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현재는 급여 수준을 미리 정해놓고 확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확정급여방식(DB)인데, 정부는 이를 보험료 수준을 미리 확정해 놓고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급여로 받는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 숫자 빠진 정부안에 "구체적인 방안 내놓고 공론화 부쳤어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보고서에 이어 정부 또한 보험료 인상률 등 구체적인 모수(숫자) 개혁방안이 빠진 계획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비판적 의견을 내놨다.

국민연금연구원장을 지낸 이용하 전주대학교 초빙교수는 "결국 다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뭘 하겠다'는 구체적인 건 하나도 없다"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보험료를 얼마나 내야 하고 얼마나 받아야 할지 결정할 수 있겠나. 구체적인 방안을 걸어놓고 그에 대한 적정성을 공론화에 부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원섭 한국연금학회 회장도 "복잡해질수록 공론화를 위한 이해도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나중에 의견도 모이기가 어렵다"며 "실현 가능한 안 두세 가지를 선별해서 보여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류재린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재정계산위원회는 모수 개혁에 대해서만 논의해야 한다는 성격상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 운영계획안에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제시된 방안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국민들은 어떤 방안이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지 않다 보니 방안에 대해서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 피켓팅하는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 나이 많을수록 더 빠르게 오르는 보험료…"실현 가능성 의문"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형평성'이라는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체로 의문을 표했다.

계획안은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방식에 대해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을 추진해나간다"고 밝혔다.

중장년층에게 더 빠른 인상 속도,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상 속도가 적용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금연구위원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자는 방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기금이 소진되고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는 시기 이후의 세대라면 모를까, 현세대 내에서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라면 어떻게 설계할지 의문이다"고 평했다.

이다미 센터장도 "일단 제도가 매우 복잡해진다"며 "연구자들은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의 성과와 부작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는데, 기존 사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방식이라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제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사회적 합의다.

이용하 교수는 "퇴직이 임박한 사람일수록 노후를 준비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 보고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한다면 가입을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성별 등 다른 요소는 고려하지 않고 연령에 따라 차등을 두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이는 어려울 듯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안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 소득대체율은 조정 검토'
(사진=연합뉴스) 

◇ '기금수익률 1%포인트 이상 제고'에 "위험할 수 있어" 지적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24개 시나리오 조합 요소로 들어갔던 기금운용 '수익률'은 정부의 기금운용 개선안에도 담겼다.

복지부는 1%포인트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해외·대체투자를 확대하고 해외사무소와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그 위험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용하 교수는 "수익률을 높이려면 국내보다는 해외, 해외 투자 중에서도 주식이나 부동산 쪽으로 갈 텐데 당연히 수익률과 함께 위험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적인 수익률 제고 가능성에도 의문을 표하며 "기금 수익률은 이자율을 벗어나기 어렵다. 단기적으로 보면 수익을 올릴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면 비슷하게 수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다미 센터장은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보험료율 인상만큼 기금 운용 수익률 제고도 중요한 것이 맞지만, 이것이 우선적인 목표가 된다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재린 위원은 "기금 투자수익률 제고가 재정 안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지만, 수익률은 정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고 누구도 매년 확정적인 수익률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금수익률은 재정계산위 시나리오에 담겼을 때부터 일부 학계에서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포함한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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