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사상 초유의 '행정전산망 먹통'…오점 남긴 디지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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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사상 초유의 '행정전산망 먹통'…오점 남긴 디지털 정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1.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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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앞두고 주민센터는 비상근무
1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 관련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며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2023.11.19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정부의 행정전산망이 마비돼 전국의 민원서비스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2년 11월 전자정부가 출범한 이후 장시간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건 초유의 일이다. 다행히도 주말 동안 복구 작업을 거쳐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가 18일 오전 재개돼 19일 오후 현재까지 원활하게 작동되고 있다고 행정안전부는 밝혔다. 공무원 전용 행정 전산망인 '새올'도 사실상 정상 복구됐다고 한다. 평일인 20일부터 민원현장에서 어떤 차질도 빚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이번 사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행정전산망 유지와 민원서류 발급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민원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춰서는 것과 다름없다. 사전에 기술적 오류를 철저히 점검해 셧다운 가능성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이 우선 크다.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보여준 사후 대처도 허술했다. 이번 사태는 17일 오전 8시40분께 '시도 새올 행정시스템'의 인증체계에 오류가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행안부는 오전 중 복구될 것이라고 했지만 오후 2시부터는 대표적인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까지 전면 중단됐다.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도 민원서류 발급이 안 되자 일선 민원 현장은 대혼란 상태에 빠져들었다. 부동산 계약이나 기관업무에 필요한 인감증명을 발급받지 못한 민원인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신분증 진위 확인이 안 돼 금융업무까지 차질이 빚어졌다. 관공서 업무가 끝날 때까지 시민들은 정부로부터 안내 문자조차 받지 못했다. 행안부는 19일 오후에 가서야 이번 사태의 원인이 새올 인증시스템에 연결된 네트워크 장비의 이상이라고 확인했다.

국가기관 전산망에 혼란이 빚어진 건 올들어 세 번째다. 지난 3월 법원 전산망 마비와 지난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의 작동 오류에 이어 정부 민원서비스 행정망까지 먹통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아온 디지털 정부의 체면이 여지없이 구겨지게 됐다. 주무 부처 장관이 해외에서 디지털 정부를 홍보하고 있는 와중에 디지털 행정망 마비 사태가 빚어진 것은 더욱 참담한 대목이다. 대통령실이 카카오 먹통 사태 1년을 맞아 지난 15일 사이버 안보상황 점검 회의를 한 직후 행정망 먹통 사태가 터지면서 정부의 사이버 안보 역량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민간기업의 서비스 장애에 강하게 대응해온 정부가 행정망 장애에는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원인 파악과 책임소재 규명, 재발 방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행정망 관리시스템에 어떤 허점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민간 전문기업의 도움까지 받아 새로운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행정망 관리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내실보다는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디지털 정부가 아무리 빠르고 편한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탄탄한 보안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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