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문화는 K푸드 자존심"…해남 배추 수확 한창
상태바
"김장 문화는 K푸드 자존심"…해남 배추 수확 한창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1.28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 감소에 배춧값 하락..김장문화 바뀌고 수출은 늘어
배추 수확 작업
[연합뉴스 사진]

"지금 배추는 금배추여 금배추. 비싸서 금배추가 아니라 맛있어서 금배추. 그냥 먹어도 달달해."

지난 27일 전남 해남군 화원면 한 배추밭.

새벽부터 이어진 배추 수확 작업 중 잠시 쉬는 시간 농민들이 간식 삼아 베어 문 것은 배춧잎이다.

노란 속이 꽉 차게 여문 배추는 달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김치 소비가 줄고 김장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배춧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시름 하는 와중에도 명품 농산물, 해남 배추 수확 현장은 활기가 돌았다.

배추 수확하는 농민들
[연합뉴스 사진]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해남의 배추밭마다 수확한 김장배추를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화물차들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해남 배추가 명품 김장배추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가 바로 재배 기간에 있다.

70∼90일간 충분히 키워 속이 단단하고, 조직감이 치밀하다.

김치를 담그면 쉽게 물러지지 않고, 여름까지 아삭한 맛이 유지되기 때문에 몇 년씩 두고 먹는 묵은지로도 인기가 있다.

해남 배추 재배 기간이 긴 것은 따뜻한 해양성 기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도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배추밭은 해남의 대표적인 풍경인데, 1980년대 처음으로 시작된 월동 배추 재배는 봄 김장이라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올해는 김장용인 가을배추와 겨울에 수확되는 월동배추를 합쳐 총 4천195ha, 전국 생산량의 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대비 587ha나 감소했는데도 배추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11월 셋째 주 기준 포기당 도매가 2천179원, 3포기 한 망에 6천500원꼴이다.

가격 폭락으로 배추밭을 갈아엎었던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이다.

김장 비용도 지난해보다 10% 이상 낮아졌다.

2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20포기 기준 김장비용은 2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김장철을 앞두고 정부 비축 물량이 쏟아진 탓도 있지만 김치 소비가 줄고 김장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근본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 해남배추로 김장하세요"
[해남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는 전반적인 고물가와 경기 위축으로 인한 '김장 포기'도 늘었다.

지난해에 비해 김장 비용은 10% 이상 낮아졌는데도 김장하느니 사 먹겠다는 가정은 해마다 늘고 있다.

배추를 수확하던 화원면 김모(64)씨는 "자식들과 친척들 나눠주느라 매년 김장하지만, 우리 세대가 끝나면 김장할 줄 아는 이들이 없을 것"이라며 "김장비용이 비싸다고만 하는데 요새 물가 생각하면 이 정도로 싸고, 맛있는 양식이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추 주산지에서는 '김장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 전환과 김치 문화를 새롭게 쓰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김장 과정 중 가장 번거롭다는 배추절임을 대신해 주면서 김장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는 절임배추의 사용이 이제는 보편화됐다.

서울식, 남도식, 또 개인 취향에 맞춰 절인 정도에서부터 김치 양념까지 모두 준비해 주는 김치 가공업체들도 성황이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날짜에 배송받아 김치를 비비기만 하면 된다.

해남 배추 수확
[연합뉴스 사진]

김치 수출도 불이 붙었다.

전남도, 해남군, 영암군은 내년 1천t의 해남 배추와 김치 양념을 북미지역에 수출한다.

우리나라 김치수출은 지난 미국에서만 10년 새 7.5배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 처음으로 3천만달러를 넘어섰다.

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k-푸드의 대표 음식으로 김치가 주목받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김치 소비량이 줄어 걱정"이라며 "즐겨 먹을 수 있는 김치 개발과 김장 문화 재확산도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김장 행사
[해남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7일에는 행정안전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주관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동시다발적인 김장 행사가 열렸다.

김치 소비촉진과 김장 김치를 어려운 이웃에 전달하는 국민 대통합 타이틀로 개최됐다.

같은 날 해남에서는 배추 1천t이 캐나다 수출길에 올랐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지 폐기와 금배추'의 간극 사이 활로를 찾기 위한 노력이 빨라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