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소비자에 정신적 손해 인정한 '아이폰 성능저하' 애플 책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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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소비자에 정신적 손해 인정한 '아이폰 성능저하' 애플 책임 판결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2.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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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연합뉴스TV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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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낸 '고의 성능 저하'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이겼다. 애플이 iOS(아이폰 운영체계) 업데이트를 통해 일부러 아이폰 성능을 저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1심 판결을 뒤집고 애플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6일 서울고법 민사12-3부는 아이폰 이용자 7명이 낸 소송 항소심에서 각 원고에게 위자료 명목으로 애플이 7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애플 측이 업데이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선택권 침해로 정신적 손해를 봤다고 판단했다. 6만여명이 참여한 1심은 모두 패했는데 이들 중 7명만 항소해 이번 판결을 받았다.

아이폰 고의 성능 저하 의혹은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판매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일부러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애플은 2017년 일부 모델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고, 이후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업데이트 후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아이폰의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 신형 구매를 유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애플 측은 같은 해 12월 성명을 내고 제품 노후로 인한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특정 조건에서 성능이 저하되도록 했다는 설명과 함께 사과했다.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비자들의 소송전이 벌어졌고 국내에서도 2018년 3월 1인당 2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미국에선 2020년 애플이 구형 아이폰 사용자 1명당 25달러씩 배상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당시 총합의금은 최대 5억달러로 추산됐다. 칠레에서도 2021년 총 20억 페소(약 38억원) 배상 판결이 나온 데 비해 올 2월 국내 1심에서는 소비자들이 패하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날 2심은 운영체계 업데이트 설치의 결과와 영향에 대해 프로그램을 개발한 애플 측과 소비자 사이에 상당한 정보 불균형이 있었다는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소비자들은 업데이트가 기기 성능을 개선한다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고 업데이트가 기기 프로세서 칩의 최대 성능을 제한하거나 앱 실행을 지연시키는 현상을 수반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애플 측이 소비자들에게 '업데이트 후 느림 현상' 같은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소비자들이 업데이트 설치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었고, 그에 대한 책임을 애플에 물은 것이다.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물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소비자기본법 규정을 인용해 소비자의 권리를 폭넓게 인정한 셈이다. 다만 재판부는 업데이트가 기기를 훼손하거나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며 이용자가 재산상 손해를 보진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1심 판결은 애플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성능 조절 기능이 반드시 사용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려워 고지할 의무가 없다고 봤다. 2심은 애플코리아가 아닌 애플 본사에 대한 배상명령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에서 다툼의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번 판결은 소비자에 대한 기업의 성실한 고지의무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충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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