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수사 8개월 만에 검찰에 출석했다. 송 전 대표는 8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두하면서 5쪽 분량의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주장하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러면서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 봐야 실효성이 없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검찰에 빨리 소환조사해달라고 촉구하면서 두차례 '셀프 출석'까지 했다가 조사를 못 받고 돌아갔는데 막상 조사받게 되니 입을 닫겠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의 말대로 진술 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지만 묵비권 행사가 그간 무고함을 주장해온 사람의 떳떳한 자세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싶다.
이 사건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그의 휴대전화 녹취파일에서 불거졌다. 녹취파일에는 '봉투 10개가 준비됐으니 전달해라' 등의 대화가 담겨 있었다. 검찰은 지난 4월 윤관석·이성만 당시 민주당 의원(현 무소속)을 압수 수색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그동안 돈봉투 마련과 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윤 의원 등이 구속기소 됐고, 이들은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4월 전후로 자신의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과 당 관계자들에게 총 9천400만원의 금품을 살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송 전 대표는 2020~2021년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해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이 중 4천만원은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돈봉투 수수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돈봉투 20개를 받은 의원을 특정하는 수사를 해온 검찰은 지난달 20일 재판에서 수수 의혹을 받는 민주당 의원 21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금권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검찰은 어떠한 정치적 고려 없이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이번 사건에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송 전 대표도 검찰 수사가 부당하면 조사에 적극 협조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이다. 그가 당 대표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돈봉투가 조직적으로 살포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를 도왔던 국회의원을 비롯한 측근들은 살포 과정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까지 됐다. 설령 송 전 대표의 주장대로 돈봉투 살포를 몰랐다손 치더라도 문제가 된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된 만큼 자숙하고 최소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태도가 우선이다. 검찰 수사만 비난할 일이 아니다. 당 대표까지 지낸 정치 지도자가 "몰랐던 일"이라고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국민들이 어떤 눈으로 볼지 한번 되돌아보기 바란다. 송 전 대표는 겸손한 자세로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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