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그늘…이자부담, '입고 신는' 지출보다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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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 그늘…이자부담, '입고 신는' 지출보다 커졌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2.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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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집계 이후 첫 역전…이자 '눈덩이', 가격 뛴 옷 소비 '뚝'
금리 인상, 이자 부담 (PG)
일러스트

가계의 이자 부담이 처음으로 옷·신발 구입지출을 넘어섰다.

고금리로 이자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물가 압력까지 누적되자, 당장 필요치 않은 옷·신발 지출부터 줄인 것으로 보인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전국·1인 이상·실질) 월평균 이자 비용은 11만4천9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9만5천500원)보다 1만9천400원(20.4%) 늘었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지난해 같은 분기(11만7천700원)보다 1만3천700원 줄어든 10만4천원을 기록, 이자 비용을 밑돌았다.

이자 비용이 의류·신발 지출보다 커진 것은 2006년 1인 가구가 포함된 가계동향이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이런 역전은 고금리·고물가 여파라는 것이 관계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기록적인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 이자 비용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이자 비용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를 넘어선 뒤 계속 보폭을 넓혀 올해 2분기 37.9%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분기 8만2천원 수준이었던 가구당 이자 비용은 지난해 4분기 10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3분기째 11만원을 웃돌고 있다.

의류·신발 물가 8.0%↑ 31년 만에 최대폭 상승
6일 통계청의 지출 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의류·신발 물가가 1년 전보다 8.0% 올라 3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나들이 등 외부 활동이 활발해지자 코로나19 기간 주춤했던 의류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모양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명동거리의 모습. 2023.6.6 (사진=연합뉴스) 

반면 의류·신발 지출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올해 2분기 1년 전보다 8.5% 줄어들며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고물가, 높은 이자비용 탓에 실질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옷·신발 소비부터 줄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2·3분기 의류·소비 지출은 가계 소비지출 12개 항목 중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올해 유달리 가파른 옷·신발 물가 상승률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1∼11월 의류·신발 누적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12개 항목 중 상승률이 가장 높다.

고물가로 위축된 내수를 늘어난 이자 부담이 다시 제약하는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특히 고금리 기조는 누적된 물가 압력이 쉽게 가시지 않는 탓에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며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는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고물가·고금리 기조 장기화가 가계 살림에 어떻게 현실화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도서·외식비 등 비 필수재 지출 위축으로 확대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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