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회장 전망] "새해 부동산 PF 등 대출 부실이 최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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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회장 전망] "새해 부동산 PF 등 대출 부실이 최대 위험"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0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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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상업용 부동산·중국 경기·국내외 선거 등도 불안 요소"
부동산 가격 보합·하락 전망 우세…경제성장률 1.7∼2.1% 관측
하반기 기준금리 3.0%까지 하락 점쳐…"채권·주식 동반 상승 가능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대출 부실 문제를 올해 우리나라 경제를 위협할 가장 큰 잠재 위험 요소로 꼽았다.

아울러 미국 상업용 부동산 추락, 중국 경기 침체, 각종 선거와 전쟁 등 국내외 정치·지정학적 변수들 역시 언제라도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금융그룹 수장들 사이에서 올해 부동산 가격의 경우 보합세에 머물거나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기준금리는 하반기 1∼2차례 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됐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낮게는 1.7%에서 높게는 2.1%까지 제시됐다.

5대 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왼쪽부터) [각 금융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고금리와 경기·부동산 둔화 속 가계·기업 부채 부실 드러날 것"

연합뉴스가 1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이들은 공통으로 새해 고금리·부동산 부진과 함께 부동산 PF 등 취약부문의 대출 부실이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을 가장 걱정했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연중 고금리 지속과 경기회복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상환능력이 감소한 개인·기업 차주나 부동산 PF 관련 자산의 부실이 우려된다"며 "특히 지방 PF 사업장, 제2금융권의 과다 채무자 등의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경제·금융의 최대 위험 요소는 부동산 PF 부실과 이에 따른 2금융권 리스크(위험) 확대 가능성"이라며 "새해에도 고금리 기조로 건설업 경기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부동산 PF 부실 이슈는 최대 리스크로 상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금리, 공사비·미분양 증가 등으로 사업성이 나빠진 부동산 PF 대출은 일부 건설사 부실화, 비은행 중심 금융권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금리 장기화로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급증한 가계·기업 부채의 부실이 드러나고, 이들의 소득과 이익이 개선되지 않는 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부동산 PF나 다중채무자 등 취약부문의 부실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최대 위험 요소로 '부동산 PF 등 잠재리스크 현실화'를 지목했다.

회장들은 관련 대책으로 충당금 적립 확대(공통), 부동산 PF 위험 규모별 세분화 관리(우리), 부동산 PF 핀셋 시나리오 테스트·모니터링(신한), 자체 PF 정상화 펀드 설정(하나) 등을 제시했다.

◇ "미국 상업용 부동산 위험 현실화 때 국내 금융기관 자본적정성도 악화"

이밖에 미국 등 해외 상업용 부동산, 중국 등 글로벌 경기, 국내외 정치 일정 등도 경제 불안 요소로 거론됐다.

임 회장은 "미국 오피스 공실률 증가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 가능성도 크다"며 "부동산 PF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잠재 위험이 현실화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자본 적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 회장도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의 담보가치 하락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현장 실사를 통한 관리 계획을 수립·이행하겠다"고 했고, 양 회장 역시 "공실률 급등에 따른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건전성도 우려된다"며 "물건별 관리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진 회장은 우리나라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기 하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중국 경기 부진 장기화와 미국·중국 갈등 심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등으로 한국의 수출주도형 성장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함 회장 역시 "미국 통화 정책의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로 올해 글로벌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 대외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미국·EU(유럽연합)와 러시아·중국·중동과의 갈등이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지정학적 불안을 경제·금융의 제1 위험 요소로 꼽았다.

아울러 "세계 50여개국이 대선과 총선 등을 앞두고 있어 각국의 경제정책 등 글로벌 정세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라며 "특히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무역 규제 동향, 대만 총통 선거 이후 미국과 중국 관계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부동산 시장 반등 쉽지 않아…가계대출 증가율도 2% 안팎 그칠 것"

부동산 PF를 비롯해 가계·기업 대출의 증감과 연체 등 부실 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새해 부동산 경기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각이 우세했다.

양 회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작년 말 대비 1% 이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상반기까지 침체가 이어지다가, 공급 부족과 하반기 금리 하락 등으로 소폭 반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국 단위로는 "비수도권이 더 안 좋은 상황인 만큼 보합 수준을 전망한다"며 "서울이나 전국 아파트 가격이나 모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하락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진 회장은 "새해 건설투자 감소 가능성이 크고,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계속 오르는 데다 고금리·물가 등으로 소비심리도 위축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의 빠른 반등이 쉽지 않다"며 "올해 전국 부동산 가격은 작년 말과 비교해 서울과 수도권은 보합 수준에 머물고 지방의 경우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격 하락률은 전국 5%, 서울·수도권 1% 안팎으로 예상됐다.

임 회장은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매물 누적, 매매량 감소,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출 규제 강화의 하락 요인과 금리 인하의 상승 요인이 혼재돼 0∼1%의 보합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함 회장의 경우 "규제 완화 영향이 집중된 수도권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서울 등 수도권 주요 지역의 올해 아파트 가격은 전년 같은 달 대비 상승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위축이 이어지면서 가계대출도 작년 말 대비 2% 안팎 늘어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 "하반기 기준금리 0.5%p 인하 유력…환율 1,270∼1,280원까지 하락"

금융그룹 수장들은 대체로 한국은행이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한 두차례 내리면서 대출·예금 금리도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함 회장은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를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이뤄질 것"이라며 "연말까지 2회 인하로 기준금리는 3.0%(0.5%p 하락)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 회장도 "올해 하반기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겠지만, 올해 물가안정 목표(2%)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인하 폭은 0.5%포인트(p)에 그칠 것"이라고 답했다.

진 회장은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다가 한은이 올해 중반 이후 연말까지 1∼2회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올해 중 대출 금리도 동반 하락하겠지만 하락 폭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임 회장은 기준금리 인하 시기와 관련해선 "물가 상승률, 경기 상황에 연계될 것"이라면서 "인하가 시작되면 현재 4%대 중반∼6%대 초반인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대 초반∼5%대 후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함 회장은 예금 금리의 경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업권 간 조달 경쟁으로 오히려 시장금리보다 소폭 높아질 수도 있다고 봤다.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대 후반부터 2%대 초반까지 제시됐다. 신한이 1.7%, KB가 1.8%, 하나와 우리가 2.1% 내외를 예상했고 농협은 2%대 초반을 점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2%대 초반부터 후반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왔고, 환율의 경우 미국의 금리 하락과 우리나라 경상수지 회복 등의 영향으로 연평균 1,270∼1,28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이런 경제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지주 회장들은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채권과 주식을 꼽았다.

양 회장은 "올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돼 채권과 주식 가격의 동반 상승이 예상된다"며 "국채를 포함한 우량 채권의 투자 매력이 지속되고, 주식의 경우 반도체를 포함한 '인공지능(AI) 혁신' 테마 중심의 분할매수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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