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안 열고 비용은 늘어 걱정입니다"…소상공인 부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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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안 열고 비용은 늘어 걱정입니다"…소상공인 부실 우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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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부진에 고금리·고물가 지속…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대출 잔액 1천조원 상회…소상공인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1조원 첫 돌파
"금융 부실이 경제 뇌관 될 수도…상환 능력 실태 파악해 대책 마련해야"
'빚 부담 고통에서 탈출하기 위한 출구 마련하라'
중소상인ㆍ금융소비자단체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가계부채 조장 정책을 비판하고 가계부채 축소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 마련과 당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계채무자와 자영업자의 빚 상환 부담을 경감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3.10.19 (사진=연합뉴스)

소상공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위기를 겪으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채 상환 시기가 다가오자 연체율이 높아져 폐업 소상공인도 증가하고 있다. 영세 소상공인들은 소득은 정체된 상황에서 소비 부진, 비용 인상과 대출 원리금 상환 어려움이 겹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1천조 돌파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들의 대출(사업자대출+가계대출) 규모가 1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10명 가운데 6명은 3개(기관·상품) 이상의 대출로 자금을 끌어 써 금리 인상기에 가장 위험한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3일 서울의 한 시장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들 모습. 2023.4.3 (사진=연합뉴스) 

◇ "지갑 안 여는데 원자재·인건비 올라…올해 더 걱정"

서울 양천구 소재 전통시장인 목동깨비시장에서 김치·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11월부터 마이너스라 모아둔 돈을 쪼개 직원 인건비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난방비라도 아껴보려고 작은 난로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분식을 판매하는 50대 정모씨는 "떡볶이 1인분 가격을 500원 정도 올렸는데 식용유와 밀가루 가격 인상률이 훨씬 높아 이윤은 계속 줄고 있다"며 "올해 경기가 더 안 좋다고 하던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복합위기에 소상공인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생계형 소상공인들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 부담에 버티기 쉽지 않다고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16년째 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불경기에는 옷을 안 산다"며 "사더라도 온라인에서 옷을 너무 저가에 파니까 온라인에서 사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관악구에서 고깃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도 영업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힘들어했다. 그는 "여력이 생길 때 원리금을 갚으면 모를까 수익이 나지 않는데 갚아야 하니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소상공인 퇴직금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 '사상 최대'
올해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인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 기구와 가구들이 쌓여 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지급액은 8천9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0.2% 늘었다. 사상 최대 지급 규모는 2022년 총 9천682억원이다. 2023.10.15 (사진=연합뉴스) 

◇ 소상공인 퇴직금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1조원 첫 돌파

실제 소상공인 금융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부실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폐업 사유의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은 전년 동기보다 33.0% 증가한 1조1천82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금액이 1조원 선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이다.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커진 것은 그만큼 소기업·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지난해 1∼11월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도 10만3천건으로 처음 10만건을 돌파했다.

[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추이 (단위: 건, 억원)

(자료=양경숙 의원실)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소상공인 대신 갚아준 은행 대출도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1∼11월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5천5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3.2% 급증했다. 대위변제액은 2020년 4천420억원에서 2021년 4천303억원, 2022년 5천7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폭증했다.

소상공인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사고액 규모는 더 컸다. 지난해 1∼11월 사고액은 2조1천13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76.1%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천52조6천억원에 달했다.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69%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4%로 높아졌다.

[표] 지역신용보증재단 대위변제액 추이 (단위: 건, 억원, %)

(자료=양경숙 의원실)

◇ "소상공인 금융 부실이 경제 뇌관 될 수도…대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금융 부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상환 능력 실태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 연체율이 계속 높아져 올해 가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출 현황과 함께 상환 능력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빚 갚지 못하는 다중채무 자영업자들, 역대 최대
여러 곳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액이 1년 사이 2.5배에 이르는 수준으로 늘어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채무 관련 법무법인 광고물이 붙어있다.
이날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수는 작년 대비 3.2% 늘어 역대 가장 많은 177만8천명을 기록했으며, 이들 중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연체액은 13조2천억원으로 작년의 2.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11.22 (사진=연합뉴스) 

이 교수는 "이러다가 부채 탕감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그러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며 "금융 부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고 폐업 문제와 얽히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고성장은 어렵고 저금리로 돌아가기도 쉽지 않다"며 "중소기업은 올해 험난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노 연구위원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다"며 "단기 땜질식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어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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