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국민 납득시킬 책임 尹대통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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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국민 납득시킬 책임 尹대통령에 있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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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쌍특검법' 국회에 재의 요구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쌍특검법'의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진상 규명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이 일찌감치 거부권을 예고하기는 했지만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지 만 하루도 채 안 된 이날 오전 임시 국무회의까지 거쳐 신속하게 거부권 행사가 이뤄졌다. 특검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결 국면이 총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더욱 극한으로 치닫게 됐다. 당장 국회로 돌려보내질 쌍특검법에 대한 재표결 시점을 두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대통령실은 이관섭 비서실장이 나서 거부권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두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것이다. 이 실장은 "50억 클럽 특검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이 목적"이라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이라며 "이를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치 편향적인 특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총선 앞까지 끌고 온 것은 야당의 책임이 아닌, 정부·여당이 끝까지 특검을 외면하고 회피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이번 특검법이 총선을 겨냥한 정략적인 법안으로 비치는 점이 적잖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김건희 특검법'은 중립성을 담보할 제3의 기구 추천 없이 여당을 제외한 민주당과 정의당이 바로 특검후보자 추천권을 갖도록 하는 등 몇몇 문제가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법률적 결함 논란에도 각종 신년 여론조사에서 특검법에 찬성하는 비율이 여전히 60%를 넘었다. 여권 일각에서 총선이 끝나고 특검을 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동안 김 여사 처신과 관련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온 대통령실이 이런 여론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였는가 싶다.

법률안 거부권은 삼권분립 체제에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헌법이 규정한 권한이다. 하지만 이번 특검법은 그 대상이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점에서 이전의 거부권 행사와는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명분과 전향적인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대통령 부인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과 관련해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는 언급을 했지만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 대통령 가족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과 관련해선 여야 합의 추천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거부권 행사의 이유를 좀 더 설득하고 납득시킬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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