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이지만 일은 필수'라고 여기는 학생들을 대학교에서 보곤 합니다.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고, 차별 없는 직장 문화가 조성된다면 젊은 층이 더 용기를 내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에 여가부 역할을 꼽으라면 '일과 가정 양립'의 정착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가족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한 기업을 인증하고, 각종 혜택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족친화기업 인증제도는 근로자의 일·생활 균형을 보장하고 가족친화 조직문화 확산에 기여한 기업과 기관을 심사해 인증하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인증기업은 5천911개로, 올해 안에 6천300개까지 확대하는 게 여가부의 목표다.

인증을 장기간(중소기업 12년·대기업 15년) 유지한 '최고기업'도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7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는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발굴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우리 회사가 이렇게 결혼이나 출산에 무척 친화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비롯해 육아기 단축근무와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이 보편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맞벌이 부부 이용률이 높은 '아이돌봄서비스'도 획기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아동이 있는 가정에 돌보미가 찾아가 자녀를 돌봐주는 제도다.

국가자격증 제도를 도입해 민간 육아 도우미도 종사할 수 있도록 개편하고, 해당 서비스 이용자를 지난해 8만5천가구에서 올해 11만가구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다문화가족의 정착이 저출산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다문화 가정의 출산율이 우리나라의 평균 출산율보다는 다소 높기 때문"이라며 "이민에 대해 우리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일도 이민을 굉장히 많이 받았던 덕분에 출산율이 반등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끈 양육비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는 '면접 교섭 서비스' 확대를 꼽았다.

그는 "비양육자가 미성년 자녀를 만나는 '면접 교섭 서비스'가 양육비 이행의 첫걸음"이라며 "아예 인연을 끊고 사는 게 아니라 자녀를 정기적으로 만나다 보면 아이에게 양육비를 주는 단계까지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단순히 제재를 통해 양육비를 받아내는 일만이 능사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주는 긍정적인 방법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양육비 지급을 끌어낸 상담사 등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도 있다"며 "현재 일부 가족센터에서 (면접 교섭 서비스를) 진행하지만, 법원이 있는 지역을 포함해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행 제재도 여전히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다만 사진을 공개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침해 소지도 있으니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여가부는 2021년부터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를 대상으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명단공개 등의 제재를 하고 있다.

최근 심화하는 청소년 마약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불법 유해 정보를 차단하는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동시에 청소년디딤센터 한 곳을 마약 및 약물 치료 재활센터로 운영할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지침을 개정해 학교 밖 청소년이 마약 예방 교육을 필수로 받도록 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여러 비판 속에 막을 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와 관련해 "대회 초기 운영에 애로가 있었다"며 "여가부가 좀 더 챙겼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종교시설, 민간 기업들이 합심해 잘 마무리했다고 본다"며 "비 온 다음에 땅이 굳듯이 굉장히 굳건한 마음을 갖게 됐다"고 총평했다.

잼버리 사태 이후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는 "사의를 밝힌 바 있고, 인사권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돌이켜보니 여가부 장관으로서 20개월을 일했더라"며 "내일 그만두더라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일해야 하는 게 장관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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