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앞둔 광주 아이파크 붕괴 참사…"안전 사회 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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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기 앞둔 광주 아이파크 붕괴 참사…"안전 사회 먼 이야기"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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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공정률 24% 수준…보상 합의 못 한 상가 갈등도 여전
화정아이파크 해체 돌입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축 중인 아파트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사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오는 11일 2주기를 맞는다.

사고 후 2년이 흐른 공사 현장은 유례없는 공법으로 모든 건물에 대한 전면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나, 인근 상가와 피해 보상 등의 합의를 하지 못해 풀어야 할 갈등은 여전하다.

특히 사고 유발 책임자들은 재판에서 서로에게 잘잘못을 미루는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고, 유족들은 제도적인 방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 8개월째 철거 작업 중…새 아파트 준공은 2028년 상반기

붕괴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는 당시 참혹했던 흔적을 지우는 전면 철거 작업이 지난해 7월부터 이뤄지고 있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철거가 시작된 101·203동은 12개 층의 작업이 완료됐고, 5개 동에서는 4∼10개 층이 해체됐다.

해체 공정률은 23∼24% 수준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현 공사 속도를 고려해 2025년 상반기께 철거 작업을 완료하고 새 아파트를 다시 지어 2028년 상반기 준공할 계획이다.

당초 준공 시기는 2027년 12월로 예정됐으나, 해체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상가·근린생활 시설이 해체되고, 인허가 절차를 받아야 해 공사 시기가 늘어났다.

붕괴 사고로 영업하지 못한 인근 상가와의 보상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산은 사고 현장 인근 87개 점포 중 피해 보상에 합의하지 못한 7개 점포의 보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등 상가와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사고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임시기구로 출범한 '아이파크 사고수습지원단'은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원단은 사고와 관련한 민원, 피해 보상 중재, 해체·재시공 관련 행정 조치 등 업무를 전담하는데, 새 아파트 준공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거 시작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참사 책임자, 네 탓 공방…처벌·처분은 '차일피일'

사고 원인은 부실시공으로 규명됐지만, 처벌은 사고 발생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지연되고 있다.

현산 등 법인 3곳과 현장소장, 하청업체 대표 등 17명의 피고인이 기소돼 지난해 5월부터 1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네 탓 공방만 벌인다.

시공사인 현산은 주의 의무 위반이 직접적인 사고원인인지 불명확하고 데크 플레이트 공법 시공과 동바리 해체는 하청업체인 가현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하청업체는 공법 변경을 시공사와 협의했으며, 동바리 해체도 현산의 묵인이 있었다고 맞섰다.

공사 현장 총괄 책임자인 현산에 대한 행정 처분도 답보 상태다.

참사 직후 국토교통부는 현산·하청업체에 대한 영업정지·등록 말소 처분 등을 내려달라고 행정 당국에 요청했다.

서울시 역시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린다고 밝혔으나 아직 이렇다 할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다.

꽃 한 송이만이라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 2년 지나도 아물지 않는 아픔

참사로 매형을 떠나보낸 희생자가족협의회 대표 안정호 씨는 아직도 슬픔과 분통 속에 살고 있다.

사고 발생 2년이 흘렀지만, 재발 방지나 안전 대책을 위한 논의는 '그때 잠시만' 이뤄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화정아이파크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라는 안씨는 10일 "전국에서 비슷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면 대한민국의 안전한 사회는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며 "제도적으로 변화한 것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붕괴 현장의 참혹함은 여전히 가족들을 괴롭히고 있다고도 했다.

안씨는 "종잇장처럼 무너지고 부서진 건물 외벽의 잔해물이 잊히지 않는다"며 "외벽에 깔린 매형, 그런 매형을 애타게 찾는 누나·조카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혹여나 그날의 슬픔이 떠오르라기도 할까 봐 매형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있지만, 반복되는 사건·사고 소식을 접하면 아픔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는 "사고 소식을 접하면 꼭 우리들 이야기인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며 "미흡한 법적 장치나 제도들이 보완·개선돼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고, 안전한 공사 현장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피해상가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사고 현장서 11일 추모식…시민 분향소 마련

오는 11일 오후 붕괴 사고가 났던 현장에서는 추모식이 열린다.

사고 피해자 가족·광주 서구 공무원·현산 직원 등 100여명이 참석해 추모사·추모 시 낭송·현산의 철거 공사 경과보고 순으로 이어진다.

일반 시민을 위한 분향소도 오전 8시부터 현장 한편에 설치된다.

추모식 당일에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후 2시부터 모든 철거 공사가 중단되며, 안전을 위한 안전모 지급·추모객을 위한 전용 이동 동선도 마련된다.

붕괴 사고는 2022년 1월 11일 신축 공사 중이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콘크리트 타설 중이던 39층이 무너지면서 16개 층이 순차 붕괴했고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수사 결과 사고는 구조 검토 과정 없이 무단으로 공법을 변경하고, 상부층을 지지하는 동바리를 임의로 철거하는 행위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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