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제3지대 '빅텐트' 움직임, 정치공학 넘는 비전과 가치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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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제3지대 '빅텐트' 움직임, 정치공학 넘는 비전과 가치 밝혀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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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민주당과 끝내 결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을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2024.1.11 (사진=연합뉴스)

총선이 9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제3지대를 중심으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본격화됐다.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떠나 가칭 개혁신당 창당에 나선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1일 공식 탈당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날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12일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히며 이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출 예정이다. 거대 양당의 전직 대표가 잇따라 제3지대로 나와 새로운 둥지를 트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되고 주류 기득권이 독식하는 거대 양당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는 역설적으로 총선 국면에서 제3지대의 공간과 영향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탈당은 친명(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뭉쳐 쇄신과 변화를 보이지 않는 현 민주당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면 강성 팬덤 지지층에 의해 낙인찍히고 온갖 수모를 당하다 보니 전직 당 대표조차 발을 못 붙이게 됐다. '이재명 사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해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일갈했다. 물론 이 전 대표와 탈당의원들 역시 총선 공천을 앞두고 정치적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결국 분열이 현실화된 당의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권심판론이 우세함에도 유권자들이 왜 제1야당인 민주당에 온전한 지지를 보내지 않는지를 깊이 되돌아 봐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어김없이 신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까지 아우르며 어느 때보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주목할 점은 이들 세력이 '빅텐트'를 꾸릴지 여부다. 거대 양당의 행태에 실망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정서로 볼 때 연대의 여건과 환경은 충분하다. 통합신당이 될지, 선거연대가 될지 미지수이지만, 정치적 비중이 큰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손을 잡고 빅텐트를 주도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문제는 합종연횡이 정치공학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비윤(비윤석열)·비명이라는 기치만 있을 뿐, 어떤 공통의 가치와 정치 비전을 지향하며 연대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이념적 지향점이나 정책 면에서 공통 분모 없이 이준석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무작정 연대한다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할지 의문이다. 그저 신당끼리 합치면 거대 양당에 넌더리를 내는 유권자들이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분명한 비전과 가치를 세우고 이를 기준으로 연대하며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철마다 난립했다 사라진 '떴다방 정당'에 다름 아니다. 혐오·증오정치를 잉태해온 거대 양당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일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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