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또 위성정당 출현?…열쇠 쥔 이대표 속히 입장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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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또 위성정당 출현?…열쇠 쥔 이대표 속히 입장 밝혀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1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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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연합신당 관련 기자회견 연 용혜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연합신당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15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총선을 치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하면서 병립형 비례제 회귀로 방향을 트는 듯했으나 기류가 달라진 것이다. 원내 과반 1당으로 선거제 개편의 열쇠를 쥔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그대로 존치한다면 총선판은 4년 전처럼 거대 양당의 '남매당'을 자처하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난립할 게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16일 준연동형이 유지되면 "플랜B를 준비하겠다"며 위성정당 추진 뜻을 밝혔다.

준연동형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전체 의석수(300석)를 나누는 연동형의 변형으로, 지역구 당선자를 내기 쉽지 않은 군소 정당에 매우 유리하다. 지난 총선 때 여당인 민주당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저지를 뚫고 준연동형 비례제를 강행 처리할 때 정의당이 합세한 배경이다. 연동형은 다당제를 유도해 사회 다양한 목소리를 입법에 반영하고 의회의 극한적 대립 구도를 해소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취지와 달리 각종 폐해가 발생하면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 수(47석)만 나누는 과거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이재명 대표도 병립형 회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펴고 나섰다가 범야권 내 반발이 일자 침묵으로 돌아섰고, 이후 민주당에선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개선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문제는 이 경우 어떤 수를 짜내도 위성정당 꼼수를 막을 수단이 없다는 점이고, 민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이 대표가 좌고우면하는 가운데 기본소득당,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이 모인 개혁연합신당이 15일 범야권이 연합한 '민주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자고 민주당에 공식 제안했다. 때맞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현행 제도로 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있다"고 했고, 당내에서는 "소수정당 비례대표 후보를 앞순위에, 민주당은 뒷순위에 배치하면 위성정당 논란은 더욱 불식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대안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성정당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연합공천으로 총선 승리를 도모하려는 정치공학적 발상으로 비칠 뿐이다. 지역주의와 진영논리가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우리 정치 구도상 정당 간 연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최소한 정당 정체성도 지켜져야 한다.

비례제를 두고 민주당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있다. 준연동형을 고수, 군소 야당에 비례 의석을 양보하면서 민주당 후보를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워 총선에 임하느냐, 아니면 병립형으로 회귀해 민주당 지지율만큼의 비례 의석을 확보하느냐다. 어떤 길이 유리할지 선택은 민주당의 몫이지만, 총선이 석 달도 남지 않은 만큼 결단을 계속 미뤄선 곤란하다. 비례제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정리가 늦어지면서 예비후보가 자신이 뛸 지역구가 어디가 될지도 모르고 선거운동을 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속히 당론을 정해 제시해야 한다. 마침 이 대표가 흉기 피습 사건 보름 만인 17일 당무에 복귀한다. 민주당 측은 이 대표가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당무 재개의 시작이 준연동형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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