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무책임한 여권 대혼돈…명품백 논란 신속히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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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무책임한 여권 대혼돈…명품백 논란 신속히 정리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1.2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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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환영식에서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4.1.22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의 갈등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한 위원장은 22일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것을 사실상 확인하면서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날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을 만나 사퇴 요구를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고 했던 한 위원장이 다시 한번 사퇴 요구를 공개 일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지 한 달 만에 거취 문제를 놓고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몹시 의아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당내 친윤(친윤석열)·비윤(비윤석열)계 갈등까지 가세하면서 여권 전체가 혼돈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양측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사천 논란으로 이어진 김경율 비대위원 공천 문제에서 촉발됐지만 그 핵심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둘러싼 대처임이 분명해 보인다. 양측 모두 이 사안이 치밀하게 기획된 '함정 몰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정치적으로는 대응의 결이 다르다. 수도권 위기론에 휩싸인 여당 내에서는 이번 의혹에 잘못 대응했다가는 선거에서 힘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 보인다. 대통령실이나 김 여사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을 하는 형식으로 리스크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번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해온 기존 입장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김 여사를 공작의 피해자로 보는 윤 대통령과 달리 '국민 눈높이'와 '선민후사'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한 위원장을 향해 강한 배신감이 제기되고, 이것이 결국 사퇴 요구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기본적으로 국정운영의 동반자이지만 사안에 따라 의견 차이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여당은 민심을 전달하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의견 차이가 있다면 소통을 통해 건강하게 해소하면 되는 문제다. 그런데 이준석·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여권이 또다시 총선 길목에서 비대위원장 사퇴 문제까지 불거지며 내홍에 휩싸이고 있다. 그것 자체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대통령실이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면 당무 개입과 정치 중립 위반 논란을 낳을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야당에서 나온다.

명품백 수수 의혹은 대통령 가족 문제라는 사안의 성격상 총선정국 내내 이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대통령실이 바닥 정서를 반영하는 당내 의견들을 귀담아듣는 것이다. '함정 몰카'나 대통령실이 주장하는 '정치 공작'에 대한 법적 대응과는 별도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는 게 순리다. 신년기자회견 등을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살리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어설픈 대응은 자칫 더 큰 여권의 균열과 민심의 이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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