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10명 중 3명만 "결혼은 필수"…10여년 만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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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10명 중 3명만 "결혼은 필수"…10여년 만에 '반토막'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2.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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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청소년 7천여명 설문…"결혼하면 자녀 가져야" 20% 불과
절반은 "동성결혼 허용해야"…"가족·출산정책 근본적 전환돼야"
영화 '브로커'
입양, 미혼모, 이혼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주제로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의 한 장면. [CJ EN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은 10여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도 19%에 그쳐 향후 저출산 대책을 세울 때 이 같은 가치관 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14일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 보고서에서 이러한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5∼7월 전국 초·중·고교생 7천718명(남학생 3천983명·여학생 3천73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29.5%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했다.

73.2%가 해당 항목에 동의했던 2012년과 비교하면 11년 만에 반토막도 못 되는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남학생(82.3%→39.5%)보다 여학생(63.1%→18.8%)에게서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학생을 중심으로 결혼은 필수가 아닌, 개인의 '선택'이라는 가치관이 확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단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공]

한편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은 19.8%에 그쳤지만,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데는 60.6%가 동의해 더는 청소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녀가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와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각각 81.3%, 91.4%였다.

특히 '동성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청소년은 52.0%였다.

'로봇 인간이나 로봇 반려동물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청소년은 61.4%, '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 청소년은 89.4%였다.

청소년-성인 간 결혼 인식 격차(단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제공]

청소년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는 82.0%(복수응답)가 '성격'을 꼽았다.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성격'은 줄곧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요소였다.

다만 꾸준히 2순위를 지켜온 '경제'는 3순위로 밀렸고, 그 자리를 '외모·매력'이 차지했다.

이 밖에 청소년이 생각하는 좋은 부모의 요건은 '부모 자신의 건강관리'가 98.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가치관을 유지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며 "가족·출산 정책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혼 동거나 동성결혼 등에 대해 과반이 동의한 점은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범위를 재설정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며 "차별 없는 출산·양육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한 유럽처럼 모든 가족에게 평등한 지원이 제공될 수 있도록 보편적인 가족정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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