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자발적 기업 출산장려책, 정부·정치권이 제도적 뒷받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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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자발적 기업 출산장려책, 정부·정치권이 제도적 뒷받침해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2.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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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연년생 가족에게 출산장려금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에 대해 법인과 직원 가족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정부가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장려금' 조치가 사회에 던진 저출생 극복 화두에 정부가 정책적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어서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출산장려금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거나 관련 시행령 등을 고쳐서 해결될 문제라면 관계부처는 절세·탈세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후속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하고, 세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야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대책을 쏟아내며 공약 대결을 벌이고 있으니 진영 논리에 따라 다툴 일도 아닐 것이다. 이런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견·중소기업 전반으로 확산하게 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유인책을 제도화해 제시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부영그룹 사례와 관련해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원 가족이 가급적 세금을 적게 내고, 법인도 손금(損金) 산입 등을 통해 법인세 부담을 덜도록 하는 방안을 여러 시나리오에서 강구하고 있다. 앞서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총 70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연년생을 출산하거나 쌍둥이를 낳은 직원 가족은 2억원씩 받았다. 일부 지자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1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업이 한꺼번에 1억원을 주는 것은 업계 처음이라고 한다. 문제는 돈의 명목을 '증여'로 해석하면 1억원을 받은 직원 가족은 증여세율 10%가 적용돼 1천만원만 내면 되지만, 기업은 손금·비용 처리되지 않아 법인세 2천640만원을 떼고 줄 수는 없으니 이를 고스란히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출산장려금을 '근로소득'으로 보면 기업은 비용 인정받아 세 부담에서 벗어나지만, 직원은 많게는 4천180만원을 떼이게 된다. 어느 쪽이건 지원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슷한 출산장려 정책을 시행하려던 다른 기업들도 '세금 폭탄' 탓에 멈칫멈칫하는 실정이라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모처럼 한 기업이 불붙인 공익적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법·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 기업과 직원 가족 모두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의 세제 혜택을 줘야 유사 사례가 활성화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현행 세법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면 정치권이 지혜를 짜내야 한다. 다행히 여야는 저출생 문제를 의제로 정책 대결, 공약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내건 '결혼·출산·양육 지원'과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려면 일터 또는 직장인 기업의 협조와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 정치권은 기업의 출산장려금 지급 등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제공, 출산·육아 휴가·휴직제도 의무화 및 신청 즉시 자동 개시, 출산·보육수당 비과세 한도 증액, 아동수당 도입 및 관련 재원 마련 등 여러 공약 사항을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려 패키지로 협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공통·종합 방안을 도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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