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병원에서는 '암환자 수술' 연기 사례까지 나와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예고하면서 수술 일정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의료대란'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전날 오후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내부에 공지했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 평소 대비 약 50∼60% 수준으로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술 전 마취가 필수라는 점에서 상당 규모의 수술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내부에 이 같은 공지가 내려온 후 일부 진료과는 이미 환자들의 응급·중증도에 따라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했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대비해 환자들의 수술과 입원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는 이미 암환자 수술이 연기된 사례도 나왔다.
경기북부 A병원과 환자 가족 등에 따르면 이 병원 B교수는 이날 오전 환자 C씨의 동의를 받아 20일로 예정됐던 수술을 연기했다.
폐암 4기인 C씨는 약 2년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쓸 약이 없어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 하루 전인 19일 입원하기로 했다.
C씨는 이날 병원에서 채혈 등 수술 전 마지막 검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B 교수와 C씨는 수술 당일 집단행동으로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수술 날짜를 조정하기로 했다.
C씨의 수술이 예정됐던 20일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기로 한 날이다.
C씨의 향후 수술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C씨의 아들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인가요"라고 하소연했다.
이 글에는 전공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의 댓글이 1천개 이상 달렸다.
A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예고일에 B 교수는 수술 2건이 예정됐고, 당일 수술 차질이 우려돼 불가피하게 일정을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원광대병원은 전날 22개 과 전공의 126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이밖에 다른 지역에서도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속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15일 24시 현재 7개 병원에서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