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부-의료계, 강대강 대치 말고 끝까지 대화 해결 노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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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정부-의료계, 강대강 대치 말고 끝까지 대화 해결 노력을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2.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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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앞에 휠체어가 놓여있다. 2024.2.18 (사진=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이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의료 파행이 현실화하고 있다. 수술 일정이나 환자 입원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다.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가 몰려드는 '빅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하지 않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19일까지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은 수술과 진료를 보조하고 밤낮없이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의료 현장의 핵심 인력이다. 큰 수술을 해야 하거나 입원이 시급한 환자들은 병원 처분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부재로 인해 평소 대비 50% 미만으로 수술실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각 진료과에 수술 예정 환자 중 입원 대상과 연기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다른 병원들도 수술과 입원 스케줄이 조정될 수 있다고 안내하는가 하면 환자들을 응급·중증도별로 분류하거나 수술 연기가 가능한 환자 명단을 추리는 등 진료 공백에 대비하고 있다. 4년 전 의대 증원과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대하며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을 때와 같은 극심한 혼란이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정부는 PA(진료보조) 간호사와 군 병원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진료체계 가동에 빈틈이 있어선 안 된다.

여기에 더해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한 이후 17일 첫 회의에서 전공의 등이 불이익을 받으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대규모 집회, 무기한 파업(휴진) 등의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의대생들도 집단휴학을 결의했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의료계 집단행동은 명분이 없다. 국민 대다수가 의료 인력 확대에 찬성하고 인구 고령화 추세에 맞춰 세계 각국도 의사 수를 늘리고 있다. 의료계는 투쟁 계획을 철회하고 대화의 테이블에 앉아 지역·필수의료 회생 방안 등을 놓고 정부와 협의해야 한다. 의협 비대위가 의대 정원 2천명 확대 취소를 전제하고 '원점'에서의 논의를 언급하긴 했지만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요구한 점에 주목한다.

정부도 의료계의 집단행동에는 엄정히 대응해야겠지만, 응급실이나 수술실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게 전력을 기울이며 설득과 대화를 포기해선 안 된다. 의료 개혁이 성공하려면 의료계 협조가 필수적이다. '강대강 대치'로 인한 파국의 피해는 정부도, 의료계도 아닌 제때 수술과 진료를 받지 못한 국민들이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대국민 담화에서 "언제든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 토론·대화로 이견을 좁혀나가자"고 당부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상대방의 양보를 앞세우긴 했지만, 대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당장 물밑 대화부터 착수하기 바란다. 정치권도 사태를 수수방관하면서 총선 유불리만 따질 게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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