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의사들과 몇가지 공통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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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의사들과 몇가지 공통점 있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3.0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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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민운동 통해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 정치개혁 이뤄야"
"당 대표가 국회의원 후보 공천 등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
"팬덤 정치는 변형된 파시즘…극소수가 폭력으로 다수 움직여"
전국에서 서울로 올라온 의사들
2024년 3월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 직업인 그들이 응급 상황에 따라서는 살인과 다름없는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사들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환자들에게 반말하거나 호통을 쳐도, 3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에게 왜 질문하느냐고 짜증을 내도, 명확한 의료사고인데도 법대로 하자면서 환자와 그 가족을 협박해도, 누가 봐도 뻔한 과잉 진료를 하고는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도 국민은 참는 경우가 많았다.

의사들은 적어도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사명(使命)에는 충실한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들에게 우선순위는 환자들의 생명보다는 환자들의 돈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국민은 하게 됐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이 의사들을 비난할 수 있어도, 그렇게 하기에는 민망한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다.

그들은 180여개의 기괴한 특권들을 누리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고칠 생각도 거의 없는 듯하다.

대한민국이 약소국에서 벗어나 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 하는 것을 방해하고, 법률과 헌법을 무시해서 법치주의마저 흔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이 오랫동안 싸워서 이뤄낸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사람도 국회의원들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국민이 그들의 이상한 행태를 끝없이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회의원과 의사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그들의 그 신분은 국민이 부여한 것이라는 점이다. 국회의원은 당연히 국민이 뽑은 것이고, 의사라는 면허도 국민이 정부를 시켜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이냐?"면서 분개해도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는 사명감 보다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것도 국회의원들과 의사들이 서로 비슷한 대목이다.

국민에게 사실상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도 국민을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도 닮은 점이다.

자신들이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것도 유사한 점이다. 잘 살펴보면 그들보다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포진해 있는데도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최연혁 교수

국회의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연혁(64) 스웨덴 린네 대학교 교수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지난달 8일과 16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에서 가진 두차례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나이 좀 들어 국회의원을 하려는 사람들은 지금까지의 삶에서 뭔가를 이뤘으니 이제는 마지막으로 정치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국회에 들어와서는 선명한 대립과 상대방 공격에 특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 교수는 "당은 자기들 노선에 일관되게 충성하는 이런 사람들을 공천하고 있으니 국회에서는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면서 "이런 국회가 자체 개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시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면서 "이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국민협의체에서 국회의원 특권을 포함한 정치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1960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스웨덴어 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정치학과를 마쳤다.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스웨덴 쇠더른턴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일했다. 2016년부터는 스웨덴의 린네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는 연구년을 얻어 한국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회 정문 입구에서 찍은 국회의사당 모습
[국회 사진기자단]

편집자 주= 아래 '국회의원 특권요약'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정리하기에 앞서 독자들의 이해와 편의를 위해 이전 인터뷰에서 나간 내용을 보강해 다시 수록한 것입니다.

<한국 국회의원 특권 내용 요약>

한국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불체포 특권 때문이다. 막말해서 상대방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외에 없다. 스웨덴에서는 약간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도 의원직을 내려놓는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세비라는 명목으로 월 1천300만원, 연간 1억5천700만원을 받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인 중대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세비를 받는다. 스웨덴 국회의원 연봉은 1억원 정도로 한국의 3분의 2 수준이다.

한국 국회의원의 실질 연봉은 5억원이다. 세비 1억5천700만원 외에 의원 사무실 지원 경비로 1억원을 받는데, 그 절반은 승용차 유류비 등 개인용이어서 실질 연봉에 들어간다. 후원금으로는 매년 1억5천만원을 받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을 받는데도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받는다. 이러니 후원금은 의원의 개인 호주머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대통령 선거 등으로 3개년에 있으니 거의 매년 진행되는 셈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실질 연봉은 적어도 5억원은 된다.

지난 19대 이전 한국 국회의원을 하루라도 지낸 사람은 65세 이후에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이들은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에 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았다. 국민이 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으려면 매달 30만 원씩 40년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국민이 수령하는 국민연금 평균은 월 54만 원이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받는 사무실 경비는 비용 발생 여부와 상관없다. 택시를 타지 않아도 매월 택시비를 받고,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는데도 매달 문자 발송비를 받는다. 승용차가 고장 나지 않았는데도 한 달마다 차량 유지비를 받으며, 야근하지 않았는데도 달마다 야근 식대를 받는다. 스웨덴에서 이런 지원 경비는 없다.

인천국제공항 귀빈실
[인터넷 캡처 사진]

한국 국회 상임위원장은 월 1천만원씩 연간 1억2천만원의 판공비를 받는다.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 상임위원장의 월 차량 유지비는 100만원이다. 매달 차량이 고장 나는 것이 아닌데도 계속 받는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회의원들에게 이런 차량 관련 지원은 없다. 그들은 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니 유류비, 차량 유지비가 나올 리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약국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등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한다. 국회의원의 이런 이용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에서는 이런 특권을 찾아볼 수 없다. 스웨덴 공항에서는 의원들이나 장관들이 비서 없이 혼자 서류나 노트북을 보다가 줄을 서라고 하면 시민들과 같이 줄을 서서 비행기 안에 들어간다. 이 나라에서 국회의원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거나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다른 시민들처럼 돈을 내야 한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1년에 두차례씩 나랏돈으로 호화판 해외 시찰을 할 수 있다. 작년 4월 여야 국회의원 5명이 '재정 준칙' 제도를 배우겠다면서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열흘간 다녀왔는데 9천만 원을 썼다. 항공기 비즈니스석 비용만 5천500만 원이었다. 스페인에 가서는 "한국 재정 건전성이 스페인보다 훨씬 좋은데, 오히려 우리가 배우고 싶다"는 말을 듣는 촌극(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해외에 나가면 '칙사' 대접을 받는다. 외국에 있는 한국 공관들은 자동차, 통역, 숙소 등을 구해주고 만찬과 오찬을 한 번씩 열어줘야 한다.

한 정치인의 출판기념회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음 [연합뉴스 사진]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일본 국회의원 비서는 3명이다. 스웨덴에는 국회의원 보좌진이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은 보좌진을 수행비서로, 운전기사로, 지역구 관리원으로 쓴다. 선거가 임박하면 보좌진 대부분을 지역구에 내려보내 자기 선거운동을 하도록 한다. 이들 보좌진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어서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한국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 규모의 호화판이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3∼4평의 좁은 공간에 혼자 있으면서 직접 전화를 받고, 손님이 오면 옷을 받아 걸어주며, 커피를 끓여준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검은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스웨덴에는 출판기념회라는 문화 자체가 아예 없다. 한국 국회의원들은 경조 행사를 통해서도 뇌물을 받는데, 이 또한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후보당 2억∼3억원을 받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지방의원에 대한 공천권 행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스웨덴 지방의원은 무급(無給·급여 없음)이어서 뇌물을 주고 지방의원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한국의 거대 정당은 매년 수백억 원의 선거보조금과 경상 보조금을 국가로부터 받는 데, 구체적 사용 내용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선관위나 국회 사무처 등에 상세히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은 선거보조금으로 선거 때 수백억 원을 받고, 선거가 마친 다음에 또 지출 명세를 제출해 대부분의 선거비용을 보전받는다. 이는 이중 지급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선관위가 몇차례 관련 법률 개정을 요청했지만, 매번 무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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