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법절차 개시에도 전공의 복귀 '미미'…커지는 의료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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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사법절차 개시에도 전공의 복귀 '미미'…커지는 의료공백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3.0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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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미뤄지고 응급실·중환자실 수용난…의료진 피로도 커져
정부 "법과 원칙 따라 조치" 강경 대응 예고에 병원들 '뒤숭숭'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해 정부가 면허 정지 및 처벌 절차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4일 전국 주요 병원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2주째 이어지면서 남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커지고 환자들의 불편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현장 점검을 통해 업무개시명령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된 전공의들에게는 구제 없이 법에 따라 조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전공의 대상 사법절차 준비 중…복귀 이어질까?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서 의료진이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을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는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2024.2.29 [연합뉴스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정부 통첩에도 전공의 복귀 움직임 적어

이날 오전 전국 주요 수련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 상당수가 여전히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인턴마저 신규 임용을 거부하면서 인력난이 커지고 있다.

강원지역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90명 중 사직서를 낸 360명(92.3%)의 복귀 조짐은 이날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낸 이후 복귀한 인원은 15명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기준 전공의 33명 중 23명이 사직서를 낸 강릉아산병원은 보건복지부 점검 결과 현재 8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병원 측에서 추가 복귀자가 있는지 집계 중이다.

경상국립대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124명 중 이날까지 현장에 복귀한 인원은 레지던트 1명뿐이다.

대전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낸 전공의 427명 중 325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지난달 26일 대전성모병원에 복귀한 1명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복귀자는 없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형병원들 중에서도 이날 기준 이렇다 할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광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는 이탈 전공의가 미 복귀한 상황에서 전임의들이 추가로 병원을 떠난 데다가 인턴마저 채워지지 않아 의료인력 공백이 악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52명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으며, 조선대병원에서도 이달 정원 19명의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이들 병원에서는 이달부터 근무 예정이었었던 인턴 대부분(전남대병원 86명, 조선대병원 32명)도 임용을 포기해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울 수 없게 됐다.

제주대병원도 인턴 22명 중 19명이 임용을 포기했으며 신규 레지던트 22명 중 15명이 끝내 병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전공의 대상 사법절차 준비 중…복귀 이어질까?
29일 오전 서울 한 대학병원 의국에서 한 의료인이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지나치고 있다. 정부는 이날을 병원을 집단 이탈한 전공의들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는 데드라인으로 정했다. 2024.2.29 (사진=연합뉴스) 

◇ 집단 사직 2주일째…계속되는 의료 공백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구 영남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료진 부재로 외과 추적 관찰 환자 외에는 수용이 불가능하다.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응급진료가 중단됐으며, 계명대 동산병원 응급실도 호흡기내과 의료진이 부족해 호흡곤란 및 호흡기계 감염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의 경우 교수 100여명 중 절반이 지난달 말부터 당직에 투입돼 근무 중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부재로 당장 큰 의료 차질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문의 피로도가 한계에 도달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또한 전공의 이탈로 현재 입원 병상 가동률은 40%대까지 떨어졌으며 야간 응급실 안과 진료는 불가한 상태다.

응급실과 도내 유일의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선 전문의들이 3∼4일에 한 번꼴로 당직을 서가면서 전공의의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부산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들도 응급실과 내과계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오더라도 해당 진료과의 전공의가 없다 보니 치료가 어렵다"며 "내과계에는 주치의가 환자 곁을 떠나지 않고 예후를 지켜봐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 서비스 제공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또한 상대적으로 급하지 않은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고 일부 진료과의 신규 외래 진료 예약 일정을 조정하는 등 조처하고 있다.

전공의 복귀 마지노선 D-DAY, 전공의들 돌아올까?
전공의 집단이탈 열흘째이자 정부가 제시한 복귀 시한인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구름다리를 통해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고 있다. 2024.2.29 (사진=연합뉴스) 

◇ 정부, 현장 점검 통해 미복귀자 점검

정부는 앞서 예고한 대로 이날부터 현장점검을 통해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분과 사법적인 조치를 단행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날 중 전남대·조선대병원에 현장점검반을 보내 전공의 이탈자 현황을 최종 파악하는 3차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복지부 점검반은 이들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 접속 기록을 검토해 전공의 복귀 현황을 파악할 계획이다. 미복귀자는 점검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우선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행정처분하고, 이후 사법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에도 이날 오후 중 복지부 관계자들이 일선 의료 현장에 방문해 전공의들의 출근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광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전임의 감소로 병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실제 착수할 것으로 예상돼 병원 내부가 뒤숭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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