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돈선거 오명' 광주상의 회장 선거…개선책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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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돈선거 오명' 광주상의 회장 선거…개선책 기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3.2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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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광주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지난 20일 한상원 다스코 회장이 승리하면서 막을 내렸다.

광주상공회의소 전경
[광주상의 제공]

사실상 매표에 가까운 '돈 선거' 오명에다 사무국 간부의 선거 개입 등 보이지 않아야 할 것만 잔뜩 보여준 채 끝났다.

2명이 출사표를 던진 이번 광주 상의회장 선거는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이른바 역대급 장면을 무수히 보여줬다.

30억원을 웃도는 회비, 200개 넘는 업체가 선거전에 뛰어든 점, 마지막까지 박빙이었던 이른바 대의원인 의원 선거 결과 등 경쟁을 넘어선 과열 사례는 부지기수였다.

회장 선거와 무관하게 꾸준히 회비를 내온 업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 업체가 선거를 위해 동원된 흔적도 여러 곳에서 드러났다.

수십표의 투표권을 가진 대기업이나 은행, 유통업체 등이 권리를 포기한 일도 벌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 기권을 택한 셈이다.

지역 경제계에선 제조업과 제조업 대결, 또는 제조업과 제조업에 건설업이 더해진 선거였다고 분석한다.

출마한 두 후보가 운영하는 업체의 성격 말고도 건설업계가 특정 후보를 밀면서 나온 말로 보인다.

'제조업-건설업계'가 번갈아 가면서 회장직을 맡아왔던 그동안의 관례도 이번 선거판에서 확실하게 무너졌다는 말이 나온다.

3년 뒤 선거에서도 원칙이나 관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전 광주 상의회장직을 건설업계에서 연거푸 3차례나 차지해 순환 관행은 이미 무용지물이 됐다는 푸념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는 사무국의 선거 개입이다.

무보수 명예직인 회장을 보좌하고 실제로 상의를 이끄는 상근부회장 자리가 무주공산이었던 점이 선거 개입 부작용의 촉진제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상근 부회장은 퇴임한 시도 부시장이나 부지사 등 고위 공무원 차지였다. 극히 일부 사례지만 중견 기업 전문 경영인 출신이 맡기도 했다.

하지만 이 자리가 퇴직 공직자 취업 제한에 묶여 상의 내부 직원들에게도 길이 열리면서 일부에서는 직원들이 위험한 도박에 나선 것 아니냐고 보기도 한다.

내부 직원들은 십수년간 상의에 근무한 만큼 회원 업체 정보를 구석구석까지 꿰뚫고 있는 데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선거 정보와 도움이 절실해 이른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었을 것이다.

또 공정 선거가 되도록 감시, 감독해야 할 선관위도 과연 제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상공인들도 적지 않다.

상의의 여러 역할 중 대표적인 것이 회원 업체의 권익을 도모하고 상호 소통과 화합을 위한 것이다.

지역 경제계에선 회원 업체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한 이번 사례를 두고 선거 무용론도 나온다.

자수성가 기업인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번진 것이 과열의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경제계의 존경받는 수장을 뽑는 선거가 수십억 원의 돈을 쓰지 않고도 치러지는 방법을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로 보인다.

다행히 출마했던 두 후보 모두 선거제의 문제점을 절감했다고 한다. 첫 번째 실행 정책으로 꼭 개선책이 나오길 지역 경제계는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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