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닭이 건강한 계란 낳아요"…주목받는 동물복지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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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닭이 건강한 계란 낳아요"…주목받는 동물복지 농장
  • 연합뉴스
  • 승인 2017.08.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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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벽오리농장 인위적 환경 최대한 배제, "살충제 안 써도 거뜬"

살충제 계란 파동 속에 '행복한 닭'을 모토로 한 '동물복지 축산농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닭들을 살피고 있는 벽오리 농장 박대수씨.[연합뉴스 자료사진]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동물의 복지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을 정부가 인증해 주는 제도다.

충남 서천군 마산면 벽오리의 야트막한 야산 중턱에 자리 잡은 벽오리 농장(대표 박대수) 2동의 계사는 10평(33㎡)씩 닭의 연령에 따라 칸이 나눠져 있다. 각각의 공간에서 100여 마리의 로만브라운 산란계가 자유롭게 뛰어논다.

지난해 6월 받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에서 정한 규정보다도 세 배가량 더 넓은 공간을 만들었고, 암탉은 따로 마련된 산란장에 스스로 들어가 알을 낳고 닭의 습성을 이용해 만든 횃대에 올라 쉬기도 한다.

사육공간은 철망으로만 내외부가 구분될 뿐 사방이 탁 트여 한여름이면 자연 바람을 그대로 맞을 수 있다. 겨울에는 햇볕이 잘 들 수 있도록 보온처리만 적절히 하는 정도로 사육환경에 인위적 간섭을 최대한 줄였다.

▲ 계사안에 별도로 마련된 산란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 곡물과 유기농 원료로 만든 사료를 사용하고, 사료에 포함된 황토가 변으로 배출돼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닭들이 흙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농장 박대수(44) 대표는 "닭이 여러 마리 모여 있으니 진드기나 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며 "대신 닭들이 자연스럽게 흙 목욕 등을 통해 털어내거나 잡도록 해 닭의 생육이나 산란에 특별한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사방이 막힌 좁은 곳보다 산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닭들이 사계절을 느끼며 적응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내성이나 저항력이 생겨 살충제나 농약을 쓰지 않더라도 조류인플루엔자 등 질병이나 각종 해충으로부터도 안전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 계사 안 닭들을 살피고 있는 박대수 대표[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규정에 있는 기생충 약밖에 준 적이 없다.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다른 닭을 공격하는 행위를 막으려고 멸치나 어분 등의 사료를 만들어 먹이기도 한다. 이 농장은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박씨는 "닭의 습성을 존중하고 활용하는 양계방식으로 예전에 할머니가 집 앞마당 어딘가에서 하나둘 주워 먹여주던 갓 낳은 달걀의 맛과 건강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온라인 등을 통해 유정란에 대한 주문이 폭주하고 있지만, 물량이 부족해 다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 자연양육방식으로 기르는 병아리[연합뉴스 자료사진]

박씨는 "9년 전 처음 이런 방식으로 양계했을 때 9가구가 시작했는데 지금은 3가구만 남았다"며 "예전과 달리 판로 확보나 유통 등의 사정은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마음 놓고 공급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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