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 공짜→독점→요금 인상 공식…편리에는 비용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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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규제] 공짜→독점→요금 인상 공식…편리에는 비용이 따른다
  • 연합뉴스
  • 승인 2021.09.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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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플랫폼 시장 열리자 카카오 장악 후 요금 인상 추진
음식 배달·숙박 예약 등 플랫폼도 유사…반독점 규제 논의 촉발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택시 호출 사업에 뛰어들면서 가장 크게 내세운 점 중 하나가 바로 승차 거부가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끊임없이 조명되고 정부 차원에서 수많은 단속·계도가 있었지만, 심야 시간 택시 승차 거부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는 시간대별 탄력 요금을 적용하는 등 방식으로 택시 수급 불균형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

늦은 시각 번화가에서 택시를 못 잡아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에겐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엄격하게 관리해 온 택시 요금 체계에 일부 변동이 생겼다. 민간 플랫폼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부분적인 요금 자율화가 이뤄진 셈이다.

일단 시장이 열리자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른 속도로 택시 호출 산업을 장악했다. 전 국민이 쓰는 메신저 카카오톡의 지배력과 구글·칼라일 등 외국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결과다.

카카오의 다음 수순은 본격적인 수익화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택시 호출 요금을 최고 5천원으로 올렸다. 이렇게 되면 서울 시내에서 기본요금 거리만 가도 8천800원을 내야 한다.

이는 격렬한 반대 여론에 부딪혔고 결국 인상안은 일단 철회됐다. 그러나 수익을 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의 압박에 기업공개(IPO)까지 추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 인상은 방법과 시간의 문제일 뿐 정해진 수순으로 관측된다.

이처럼 공짜를 내걸고 시장 장악에 성공한 다음 요금을 올려 수익화를 추진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디지털 플랫폼 사업의 특성으로 분석된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손혁상 연구위원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제로 가격책정'은 독점으로 전환되는 '쏠림현상'을 이끄는 강력한 긍정적 네트워크 효과를 갖는 시장을 만드는데 주효한 영업전략"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택시 호출뿐 아니라 음식 배달·숙박 예약 등 국내 플랫폼 기반 사업에서 공통으로 발견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모빌리티 업종의 사례처럼 기존 택시 서비스에 불만을 가진 이용자들은 플랫폼 비용을 기꺼이 감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시장 독점은 필연적으로 소비자 손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최근 플랫폼 규제 논의를 촉발하는 강력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독점화된 플랫폼 사업자에는 소비자가 저항할 수 없고 종속되는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계류 중인 관련 규제 법안이 빨리 실효성 있게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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