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학동 붕괴 건물 비상주감리, 현대산업개발이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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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붕괴 건물 비상주감리, 현대산업개발이 유도했다
  • 최철 기자
  • 승인 2021.10.0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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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석 의원, 경찰청 국감서 증인 출석한 권순호 대표에게 질의
학동참사시민대책위, 현대산업개발 앞 기자회견
학동참사시민대책위, 현대산업개발 앞 기자회견

붕괴 참사가 일어난 광주 학동 건물의 철거 공사 현장 감리를 상주가 아닌 비상주로 하도록 현대산업개발이 개입해 유도했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형석(광주 북구을) 의원은 지난 5일 서울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이자 원청인 HDC 현대산업개발이 비상주 감리 결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불법 하도급 계약과 피해자 보상 지원과 관련해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를 증인으로 세웠다.

이 의원은 "최근 입수한 자료와 증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권한이 없다던 해체공사 감리 선정과 사고 원인이 된 비상주감리 결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과 사고 당일부터 증거 조작을 했다는 정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현대산업개발 노 모 부장은 감리업체가 선정되기도 전인 지난해 11월 26일 감리자인 차 모 씨와 전화통화에서 감리 비용 산출 문제를 놓고 상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차 씨는 광주 동구청으로부터 지난해 12월 해체공사 감리업체로 선정됐고 이후 재개발조합과의 계약은 지난 1월 이뤄졌다.

또 현대산업개발 노 모 부장은 차 씨가 감리로 선정된 후 직접 전화를 걸어 감리계약을 하자며 견적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차 씨는 상주감리 기준으로 1억 5천여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 부장은 금액을 조율하며 "감리비용은 5천만원 이상은 절대로 안된다"며 5천만원 이하로 작성된 계약서를 들고와 차 감리와 비상주 감리 계약을 조합을 대신해 체결했다는 구체적 증언을 확보했다고 이 의원은 밝혔다.

결국, 현대산업개발이 사고 원인이 된 비상주감리를 결정한 것이다.

더욱이 현대산업개발 권순호 대표가 기자들에게 사고 원인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하던 참사 당일 그 시각, 현대산업개발 노 부장, 도급업체인 한솔 직원 강 모 소장, 차 감리가 증거조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고 당일 밤 12시 무렵 노 부장은 현대산업개발 사무실에서 차 감리를 만나 "감리일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차 감리는 "감리일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사진을 달라"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감리일지를 작성하지 않는 등 안전 점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차 감리는 "노 부장이 한솔의 강 소장에게 감리일지를 작성할 수 있도록 자료를 준비해 놓으라고 한 것 같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차 감리는 새벽 3시 무렵 감리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사무실에 갔고 7장 정도를 작성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참사 당일 극도로 혼란한 상황에서 증거조작과 인멸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현장 사무소가 아닌, 현대산업개발 본사 차원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그러나 경찰은 참사 일주일 이후인 지난 6월 16일 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뒷북 수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형석 의원은 "광주 학동 붕괴 참사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반성은 커녕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것에만 급급하다"며 "현대산업개발은 참사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책임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경찰청은 현대산업개발의 불법 재하도급 방조혐의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입찰 방해 여부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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