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칼럼] 'MBC 언론 취재 배제' 윤 대통령 참 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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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칼럼] 'MBC 언론 취재 배제' 윤 대통령 참 좀스럽다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22.11.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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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하는 윤석열 대통령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11.1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질의응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2.11.1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10일로 출범 6개월을 맞았다. 되돌아보니 6개월 동안 뭘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작이 반'이란 말도 있듯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국민의 질문이 생긴다. 민생은 뒷전이고 날마다 정쟁뿐이다.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하루 앞두고 특정 언론사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한 좀스러운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또 한번 놀래켰다. 요즘 국민들은 대통령이 내뱉는 생소한 '검사의 언어'에 깜짝깜짝 놀란다. 정치 문외한인 검사가 대통령이 된 것은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국민의 바람이었을텐데 말이다. 여하튼 윤 대통령은 국정 대개조를 선언하고 친북 굴종 논란까지 부른 유화 일변도의 전 정권 대북 정책에서 탈피하고 한미동맹 강화에 공을 들인 덕분에 민심은 지방선거 몰표로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거거까지였다. 이후 여론은 우려를 넘어 어느덧 실망으로 바뀌었다. 30% 안팎을 맴도는 국정 지지율을 굳이 거론할 필요 없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퇴행적 현상이 계속되면서 불신과 불만이 누적된 탓이 크다. 지방선거 후 노골화한 여권 내 권력다툼, 검찰 출신과 과거 정권 인사 중용, 대통령 해외순방 중 비속어 논란 등이 지지율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와중에 윤 대통령은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전무후무한 언론 통제 선언을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취재 편의를 제공해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비속어 보도가 왜곡·편파로 반복된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계 5개 단체는 이 조치에 대해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며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실이 권력 비판을 이유로 특정 언론사에 대해 취재 제한 및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언론탄압이자 폭력"이라며 "반헌법적이고, 반역사적인 취재 제한 조치를 즉시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통령 전용기는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며, 취재비용은 각 언론사가 자비로 부담한다"며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사유재산 이용에 혜택을 주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납득할 만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를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부와의 전면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을 만들어 또다른 정쟁의 대상과 맞서야 하는 위기를 자초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지라 하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론에 선을 그으며 "상황에 대한 관리가 안 돼 대규모 사고가 났다고 하면 그것은 경찰 소관"이라며 "이걸 자꾸 섞지 말아야 한다"고 경찰의 책임을 강조했다. 검사스러운 생각과 언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에 유승민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경찰에게만 묻는 윤 대통령에게 비수와 같은 글을 남겼다. 그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30분 간 경찰을 질타하는 영상을 봤다"며 "대통령의 말씀은 검사의 언어, 검사의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법률적으로는 맞는지 몰라도, 인간적, 윤리적, 국가적으로는 잘못된 말"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용산경찰서장, 용산소방서장, 용산구청장 등 '용산' 공직자들이 줄줄이 입건됐다"며 "'용산'에만 책임을 묻는다면 대한민국은 왜 존재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국가는 왜 존재하나.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시대의 후유증인 글로벌 인플레 사태와 미국과 중국 간 경제패권 경쟁,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 북한의 핵도발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3고(高)로 인해 외환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경제 한파가 덮친 상태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 부진에 국민 개인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서민과 중산층 불안이 심화하고 있지만, 해법이 쉽사리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수도 한복판에서 156명이 압사하는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터지면서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조차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때일수록 윤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소리를 경청하는 게 맞다. 냉철한 자기 진단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국정 혁신을 강구할 때다. 거대 야당의 행태가 불편하더라도 그들에게 다가가 설득하고 초당적 협조를 구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의 구조적 한계를 안고 출범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절대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반대하면 단 하나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구조다. 국정의 동반자가 여권 비주류든 야당이든 대통령이 소통의 공간을 넓히지 못한다면 결국 손해는 대통령 자신의 몫이 된다. 총선은 다가오고 경제는 내년이 더 어렵다고 한다. 미증유의 복합위기 속에서 과감한 쇄신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선거철과 맞물려 국정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필담 논란 후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고 모두 성찰을 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정개혁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법대로 '법치'가 아닌, 좀스럽지 않는 통 큰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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