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대화와 타협으로 절충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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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대화와 타협으로 절충점 찾아야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1.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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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양곡관리법 부의의 건 표결 처리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의 건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무기명으로 표결 처리되고 있다. 2023.1.30 (사진=연합뉴스)
국회 양곡관리법 부의의 건 표결 처리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부의의 건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무기명으로 표결 처리되고 있다. 2023.1.30 (사진=연합뉴스)

일정 조건에서 쌀 시장 격리(정부 매입)를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다. 국회는 30일 국민의힘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개정안 부의의 건을 본회의에 상정해 찬성 157명, 반대 6명, 무효 2명으로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민생 1호 법안'으로 밀어붙이는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수요보다 3% 이상 많거나 가격이 평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과잉 생산된 물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논의를 이어가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단독으로 법안을 상정해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쌀 공급 과잉 심화, 재정 부담 가중, 미래 농업 발전 저해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겉으로 보면 농민이 원하는 법처럼 보이지만, 사실 농업을 파탄시키고 농민을 도탄에 빠뜨리는 법"이라고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4일 "지금 생산되는 쌀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소화하느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이런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하는 등 부정적 시각을 보인 바 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현재 임의 조항인 시장 격리를 강제 조항으로 바꾸는 것이 농촌 살리기나 식량 안보를 위해 적절한지 여부이다. 민주당은 인건비, 연료비, 비룟값 등 생산 비용은 모두 올랐는데 쌀값만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만큼 가격 유지를 위한 법적으로 확실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농민들도 살리고, 식량 주권도 지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개정안이 단기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너무 커 결국 농촌과 농업 경쟁력을 망칠 것으로 보고 있다.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개정안까지 통과하면 다른 작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작이 용이한 벼농사가 더욱 늘 것이며 이는 결국 격리·보관을 위한 막대한 예산 지출, 농업의 선진적 발전을 위한 기회 상실로 이어질 게 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개정안 시행 시 지난해 25만t이었던 쌀 초과 생산량이 2030년에는 64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쌀은 과잉 생산이 걱정이지만 국내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으로 각각 45.8%, 20.2%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격리 의무화에 따르는 재정 부담이 연평균 1조 원 이상"이라며 이로 인해 "미래 농업에 투자해야 할 막대한 재원이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힘들게 농사를 지어봐야 최소 생계비도 건지기 어려운 농촌의 열악한 현실, 급속한 고령화, 쌀 재배 면적 감소 등을 고려할 때 개정안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깊은 고민도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개정안이 취지와는 달리 농촌의 장기적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이런 해법을 주저한 이유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길 바란다. 국민의힘 역시 한사코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단순히 쌀 소비가 준다는 이유로 생산량 감소를 마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 식량 무기화 대응, 대체 전략 작물 육성, 농민들의 안정적 수입 보장 등에 대한 해법을 책임감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 가운데 타 작물 재배 지원 확대, 전략 작물 직불제 법제화 등은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제안이다. 논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과 농촌을 중심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구호와 셈법은 배제해야 한다. 농촌을 살리고 식량 주권을 지킨다는 목표에 동의한다면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적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야권이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까지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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