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본회의 때마다 윤리강령 낭독한다고 신뢰가 회복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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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본회의 때마다 윤리강령 낭독한다고 신뢰가 회복되겠나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02.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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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연합뉴스 자료사진]
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래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다"며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후 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했다는 것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이 보인 위장 탈당이나, 회기 쪼개기 등의 행태를 지적한 것일 게다. 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러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어 국회 위신을 떨어뜨린다고 했고, 문재인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다고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민주당을 30여 차례, 문재인 전 대통령 14차례, 이재명 대표는 4차례 언급했다. 경제나 연금 개혁 등을 언급한 숫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전날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윤석열 대통령을 39차례, 김건희 여사를 9차례 언급하며 연설 대부분을 현 정권 비난에 할애했다. 양측 모두 상대를 비난할 타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감동은 없다. 상대편에 대해서는 신랄하지만, 자기반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그것이 내로남불이다.

매번 국회 양대 정당 대표가 원색적인 상대 비방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보는 국민은 피곤하다. 남 탓만 하는 정치는 수준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을 소재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방을 주고받는다. 이들에게는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의 삶이나, 폭풍같이 밀려오는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을 정해 나아갈지 등에 대해서는 추호의 관심도 없어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의 대표 연설 가운데 모든 국민이 공감하는 드문 대목일 것이다.

주 원내대표 말대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이 정치다. 경제·사회·문화 등 나라의 주요 정책이 정치를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다. 진영 간 극한 대립으로 인한 양극화가 정치를 망치고 있는데, 정작 이를 부추기는 곳이 정치권이다.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면, 지지층의 믿음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라면, 나라가 동강 나든 민생이 도탄에 빠지든 상관없다는 듯 막장 권력다툼을 하는 정치 때문에 국민이 짜증 나고 불안한 것이다. 국민통합은 말뿐일 뿐 최소한의 실천적 노력도 없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아이디어로 "본회의 개회시마다 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고 국회 본관 중요한 곳에도 게시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사소한 것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그것으로 국민의 신뢰가 단 1%라도 회복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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