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주52시간제 일부 완화 추진…관건은 사회적 합의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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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주52시간제 일부 완화 추진…관건은 사회적 합의과정이다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3.11.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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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결과 발표하는 이성희 노동부 차관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이 1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로시간 관련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 및 향후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3.11.13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가 기본인 현행 근로시간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서만 바쁠 때 더 일하고 한가할 때 오래 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유연화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8월 근로자, 사업주, 일반 국민 등 총 6천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이런 내용의 제도 개선 방향을 13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연장근로 단위를 현행 '주'에서 '월·분기·반기·연' 등으로 유연화하는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그렇게 되면 주 근로시간이 최대 69시간까지 늘어나는 데 대한 반발이 거세 개편 추진 자체가 무산됐다. 8개월여 만에 내놓은 이번 정책 방향은 근로시간 유연화를 전체가 아니라 '일부 업종·직종'에 한해서만 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현재로선 제조업, 생산직 등에 한해 '주 최대 60시간 이내'로 근로시간 제도를 유연화하는 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설문조사에서 연장근로 시간 확대가 필요한 업종으로 제조업, 직종은 '설치·장비·생산직'이 가장 많이 꼽혔다고 한다. 또 연장근로 시간 확대시 상한 근로시간으로 '주 60시간 이내'를 택한 경우가 근로자 75.3%, 사업주 74.7%로 가장 많았다. 앞서 '주 69시간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윤석열 대통령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노동부는 설문 결과를 반영해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부 방안은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주 69시간 논란이 큰 사회적 파장을 낳은 만큼 이번에는 최대한 신중하게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하고 현장에서 받아들이도록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5개월 만에 대통령실의 복귀 요청을 수용한 것이다. 이로써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논의가 일단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 근로시간제 개편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이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긴 상황에서 일부 업종이긴 하지만 주 52시간을 넘는 근로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동의를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천901시간이다. 38개 회원국 중 다섯번째로 길고, OECD 국가 평균 1천752시간보다는 149시간이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국민 상당수가 연장 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원하는 만큼 정부는 근로시간제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근로시간 문제는 전 국민이 이해당사자라고 할 정도로 관련되는 사람들이 많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이슈다. 그런 만큼 사회적 합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사정 대화를 비롯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련 당사자들의 수용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충분하고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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