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전공의 이탈 한달…의·정 대화 의지 있기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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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전공의 이탈 한달…의·정 대화 의지 있기나 한가
  • 연합뉴스 기자
  • 승인 2024.03.1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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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의료공백, 교수들도 떠나나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전공의 이탈로 인한 무급휴가 관련 노조 게시물을 바라보고 있다. 2024.3.17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방침에 반발해 약 1만명에 달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이 대거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한 지 벌써 한 달이다. 사태 초기만 해도 환자와 보호자들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을 비난하면서도 "곧 수술실과 병실로 돌아오겠지"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대는 멀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전공의들과 비공개 회동했다고 해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게 아닌가 싶었으나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물밑 접촉 창구는 열어두기로 했는지 후속 소식은 감감하기만 하다. 양측 모두 대화할 의지가 있기나 한 지 의문이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20개 의대가 참여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16개 의대 교수들이 오는 25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4개 의대는 설문조사를 거쳐 동참 여부를 정할 계획인데, 가결 가능성이 커 보인다. 6천여명에 이르는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 현장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직서를 내더라도 수리되기 전까지는 환자 진료를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언제라도 곁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불안을 잠재울 수는 없다. 정부엔 퇴로를 열어달라면서 '2천명 증원'을 풀 것을 요청했는데, 전공의들의 복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의료계가 최근 보이는 행태는 2000년 의약 분업과 2020년 의대 증원 반대 때와 유사하다. 매뉴얼에 따르듯 일사불란하게 집단행동을 하면서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는 불패 신화를 또 한 번 이어가려는 의도라면 오판이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반드시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들은 불안과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의료계는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해 전공의, 전임의, 교수 등으로 대화 창구를 구성해 적정한 증원 규모와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의료 수가 인상 등 요구 사항을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정리하고 나서 정부와 협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도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촉구한다. 의료계와의 대화·설득 노력보다 의사 직군을 자극하는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대국민 여론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최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선 '정부안대로 2천명 정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47%로 조사됐지만, '증원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도 41%, '정원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6%로 나타났다. 국민의 피로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져야 한다.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부실화 우려 해소 방안과 의료수가 정상화, 법적 부담 완화, 취약지 의료기관 지원 확대 등 필수·지역의료 회생도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아닌 진지한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원만하게 조정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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