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한은 총재까지 신구권력 충돌 지점 돼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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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한은 총재까지 신구권력 충돌 지점 돼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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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3.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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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새 한은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와대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23일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후보로 지명했다. 청와대는 이번 지명에 대해 "총재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했지만, 윤석열 당선인 측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했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것인지 국민은 혼란스럽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발표하기 한 10분 전에 이철희 정무수석이 전화해서 '이창용 씨 어때요'라고 해 '좋은 분이죠'라고 한 게 끝"이라며 "협의를 거쳐서 추천 절차를 밟은 것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발표하려고 해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집무실 이전, 인사, 사면 문제 등으로 난마처럼 얽힌 청와대와 당선인 측간 대치 국면이 이번 한은 총재 지명으로 더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법적으로 임명권을 가진 청와대가 한은 총재를 지명했지만, 당선인 측이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이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 일정 잡기부터 여야 간 실랑이가 불가피해 보인다. 결국 공백없이 내달 1일 새 총재가 취임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고, 내달 1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에도 새 총재 참석이 어려울 공산이 크다.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총재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금 대내외 경제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코로나19 사태는 아직 진행 중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서방세계의 대러 경제 제재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또 유동성 과다 공급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환율은 불안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0.25% 올리면서 올해 말까지 수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국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통화 정책의 수장인 한은 총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이 문제가 신구권력의 충돌 지점이 돼선 안 되는 이유다.

이번에 임명되는 한은총재는 향후 4년간 차기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임명권은 현 정부에 있지만, 차기 정부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당선인 측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지명했다면 당선인 측이 발끈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지명자는 이론과 실무, 국제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로 금융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당선인 측도 인물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후보군에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그나마 양측이 모두 인정하는 인사가 지명된 것은 절차상 문제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인사가 신구권력간 새로운 충돌 지점이 아닌 갈등 해소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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