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선거제도 4인 이상 대선거구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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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선거제도 4인 이상 대선거구로 가야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23.01.0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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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전 의원(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
천정배 전 의원(호남100년살림민심센터)

윤석열 대통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로 정치권이 요란하다. 내년 총선 이전 선거구 개편 가능성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들도 부쩍 많아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대선거구제로 간다면 2인 선거구는 절대 해서는 안 되고 4인 이상이어야만 실효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먼저 윤 대통령의 의중이 분명치가 않다. 중대한 정치개혁 문제를 한 언론사 신년 인터뷰에서 지나가듯 발언한 것부터 정말로 해보겠다는 것인지 진정성 여하를 판단하기 힘들다. 나름 의지가 있다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든 후속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이렇게 되면 다음 공은 야당인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다. 이때 민주당의 스탠스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현행 지역구 중심의 단순다수제 소선거구제도는 문제가 크다는 데 이론은 없을 것이다. 여야 간의 극단적인 대치를 가져오는 승자독식의 싸움의 정치를 뒷받침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역대 총선을 보면 유권자의 표심 거의 50%, 절반에 가까운 표가 사표, 죽은 표가 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사회 계층간 지역간 소외를 완화하거나 다원화된 정치적 이해를 반영할 수도 없는 제도여서 고쳐야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선거제도로 가장 훌륭한 것은 필자가 '민심 그대로 선거제'라고 부르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게 평소 소신이다. 2019년 이 방향으로 선거법 개혁이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실패한 경험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비례대표 47석은 그대로 두고 그 중 30석에만 정당득표 비율의 50%를 연동한다고 해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고 이름을 붙여 20대 총선에 처음 적용했지만 그나마 '위성 정당'으로 누더기가 되고 무력화된 것을.

따라서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과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잘못하면 더 큰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바로 2인 선거구는 절대 만들면 안 된다는 점이다. 국회 정개특위가 이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중선거구제라 할 수 있는 2인 선거구제의 폐해는 기초의원 선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거대 양당 구도를 오히려 강화시켜 기득권 정치세력은 승리하고 국민은 패배하는 설계일 뿐이다. 그래서 일본 등 세계적으로 전국단위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는 퇴출된 지 오래다.

단적인 예를 보자. 지난 2005년 8월 개정된 선거법은 이미 기초의회 소선거구제를 2~4인 중선거구제로 전환했고, 광역의회가 기초의회 선거구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서울시의회, 경기도의회 등 대부분 지방의회에서 4인 선거구조차 2인 선거구로 쪼개서 양당 독식 구조를 만들었다.

사표나 과소대표되는 계층, 지역의 민의를 반영하는 다당제 경쟁체제를 만들 목적으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한다면 반드시 4인 이상을 선출하는 대선거구제로 가야 의미가 있다. 이 경우 각각 10개의 의석을 가진 광주는 1~2개 선거구, 전남은 2개 선거구로 나뉠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 그루 마이클 포터가 쓴 <권력의 배신>은 우리나라 거대 양당 정치 체제와 똑같은 미국의 거대 양당 구조의 폐해와 선거제도 개혁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 정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정치시스템이 헌법에 기반한 공적 제도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실은 정치인 자신들 잇속만 챙기는 '정치 산업'이라고 규정했다. 또 사표를 없애고 과반 득표 여부와 관계없이 다수득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상대다수득표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정당과 상관없이 상위 5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순위선택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게 파격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선거민주주의는 한 물 갔고 이제는 '추첨 민주주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선거해봐야 그 밥에 그 나물로 기득권 정당만 승리하고 국민들은 패배하는 똑같은 구조이니 아예 제비뽑기로 의원을 뽑는 게 낫다는 논리이다.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는 여전히 변화에 둔감하고 저항하기까지 한다. '정치 산업'의 이해 당사자인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선거제도 개정을 맡긴다는게 말이 안 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실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추첨으로 뽑은 시민들로 구성된 선거개혁시민총회에서 선거제도를 다루도록 해 개혁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지문 연세대 국가관리원 전문연구원이 한 칼럼에서 주장하듯 국회 정개특위를 국회의원이 아닌 시민들로 구성하자는 제안이 자꾸 솔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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